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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메일] 화폐의 오남용

2023-07-03
[여의도 메일] 화폐의 오남용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인류는 자급자족경제 단계를 지나 물물교환 시기에 들어서면서 상품의 교환을 원활하게 하고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교환의 매개 수단이 필요했다. 화폐 즉 돈이 탄생하게 되었다. 화폐는 일반적 지불수단과 가치저장의 기능을 하며,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가치척도의 역할을 한다초기의 곡식, 가축 등 상품화폐에 이어 금, 은 등 금속화폐를 거쳐 오늘날의 지폐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가상화폐'까지 등장했다. 애초 거래의 매개 수단으로 실물의 베일(veil)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던 그 '돈'이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그 중심추가 옮겨지면서 복잡한 상황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돈'을 모으는 것이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라고 인식하여 돈을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 국가조차도 직접 뛰어들어 금과 은을 획득하기에 골몰했던 암울한 '중상주의' 시기도 있었다. 그렇게 금·은, 즉 '돈'을 많이 번 국가는 어떻게 되었던가. 인플레이션이라는 화폐적 폐해에 시달렸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여러 기준과 시각에 따라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겠으나, 경제활동 측면에서 보면 '화폐'야말로 최고의 발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최고의 발명품도 잘못 사용함으로써 독이 되고 폐해가 된 역사적 사례는 수없이 많다. 화폐 금융 분야의 최고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그의 한 저서의 제목을 'Money Mischief'(화폐적 폐해)라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돈을 벌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났던 세계적인 광풍의 예는 여럿 있다. 1630년대의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알뿌리 한 개의 가격이 주택 여러 채의 가격과 맞먹는 수준으로까지 상승하는 '튤립 광풍'이 일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1720년대의 영국에서는 동인도회사의 남미판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남해주식회사'에 대한 투기, 이른바 '남해 거품'은 각계각층의 파산으로 끝이 났다. 돈 벌기에 맛 들인 한 금융회사 직원의 과욕으로 2백 년 기업을 몰락시킨 1990년대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과 일본의 부동산투기 거품의 붕괴 사례도 있다.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 그리고 금융공학적인 파생상품을 포함한 모기지론의 증권화가 결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 정권의 부동산정책 실패로 젊은이들이 영혼까지 끌어다가 주택을 구매한 결과는 지금 참담하다. 잡(雜)코인 등 수 많은 코인에 투자한 결과는 또 어떠한가. 한 국회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에도 코인 거래를 했다고 한다, 너도나도 뛰어든 이 투전판 같은 제로섬(zero sum) 돈벌기 경쟁은 또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화폐는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지, 가치를 거품화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은 부(富)가 어떻게 창출되는지를 밝히고 있다. 중앙은행이 돈을 막 찍어 낸다고 富가 막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화폐는 부가가치의 창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때에도 과도한 화폐공급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지 않은가.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등장한 화폐가 국민경제에서 그 본연의 긍정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토록 하되, 결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국가와 국민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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