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쪽방촌 22개 동에 에어컨 77대 설치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 후원 통해
쪽방촌 주민 전기요금 7~8월 월 5만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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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 대신동의 한 여인숙에서 쪽방상담소 관계자들이 쪽방 거주자들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하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yeongnam.com |
대구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6일 낮 12시쯤 중구 대신동의 한 여인숙. 한증막처럼 달아오른 이곳에서 난데없이 '위이잉'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에어컨 설치를 위해 벽을 뚫는 소리였다. 방 안에서 실시간으로 에어컨이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영봉학(67) 씨의 얼굴에 미소가 퍼졌다. 영씨는 이른바 '쪽방'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두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가 거주하는 3.3㎥(1평) 남짓한 공간은 비좁은 창문 탓에 열기가 거의 배출되지 않아 한여름에는 체감 온도가 40℃까지 치솟는다. 낡은 선풍기 한 대로 지난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찜통더위를 버텼다'
영 씨는 "올 여름을 어떻게 나나 늘 걱정이었는데, 고민이 해결됐다. 이제 편히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숙 건물주 박영길(여·70) 씨의 얼굴에도 웃음 꽃이 폈다. 박 씨가 운영하는 여인숙은 3층 13개 실 규모다. 박 씨는 "저렴한 가격에 방을 내주면서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방 때문에 항상 입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쪽방촌에 오는 사람들은 일용직 근로자 등 대부분 어려운 분들이다. 힘든 분들을 도와준 대구시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쪽방은 대구 4개 지역 66개 동이 있으며, 604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340명(56%), 65세 이상 고령자가 321명(53%)으로, 대다수 경제적·신체적 취약계층이다.
대구시는 '2023년 하반기 취약계층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쪽방 상담소와 함께 쪽방촌 22개 동에 에어컨 77대를 설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지정 후원을 받아 쪽방촌 주민들의 전기요금도 에어컨 대당 월 5만 원 한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외철 대구시 복지정책과장은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해 취약계층인 쪽방 주민 등에게 선풍기에 이어 에어컨까지 제공하게 됐다.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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