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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개발 광풍 딛고, 대구 근대골목 '보존의 미학' 필요

2023-07-11

현대 도시는 개발과 보존이란 두 가지 명제를 안고 있다. 대구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다. 특히 대구는 이른바 근대골목으로 불리는 도심 원형이 보존된,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도시다. 특유의 좁고 무질서한 골목길 형태로 보면 세계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구 북성로는 구(舊)도심의 특성을 가진 대구의 대표적 지역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근 100년 전부터 1960년대까지 근대 건축물이 산재한 곳이다. 공구상들이 집중한 산업생태계까지 갖춘 독특한 지역이다. 그런 강점을 유지하면서 리노베이션(Renovation) 작업을 펼쳐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중구청은 윤순영 구청장이 재직하던 2014년을 전후해 북성로를 포함해 도심에서 보존가치가 높은 근대건축물 35채에 대해 예산을 투입해 재정비하고 부가가치를 높이기 시작했다. 원형을 유지한 건물에 카페와 예술창작 공간이 집중되면서 이른바 '핫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도심재생의 모범적 사례이던 이곳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역사성을 간직한 주변 건물 생태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근대골목이란 명성을 훼손하고 있다. 도시전문가들은 도시의 끊임없는 개발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낡고 더러워진 공간은 현대를 사는 이들의 생활양식에 맞춰 새로 세우고 재단장하는 것이 순리다. 반면 기억으로서의 도시 공간은 시대를 거쳐 간 도시민들의 추억이자 역사가 된다. 무작정 허물고 상업적 가치 창출에만 골몰한 아파트와 빌딩은 결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개발 일변도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를 올리고, 살아나던 상권을 되레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재개발의 광풍 속에서도 행정 당국과 사회적 집단지성은 보존의 미학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또 실천해야 한다. 세계적 도시들은 그런 전통 속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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