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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버스기사 배려에 음료수 80병으로 보답한 승객 "아직 살만한 세상입니다"

2023-07-26 19:00

교통카드 잔액부족 승객에 개인카드 내민 버스기사

2주만에 음료수 80병으로 되갚은 승객 '훈훈'

버스기사 "평범 일상 특별하게 바꿔준 승객에 감사"

[단독] 버스기사 배려에 음료수 80병으로 보답한 승객 아직 살만한 세상입니다
정일석 대명교통 버스기사가 대구 달서구의 차고지에서 교통카드의 잔액이 부족해 당황해하는 시민에게 교통카드를 빌려준 뒤 익명으로 음료수를 받은 사연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베푼 작은 친절을 잊지 않고 음료수 80병으로 되갚은 승객의 사연이 화제다. 버스 기사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승객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선행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26일 대구 대명교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달서구 대곡지구와 북구 칠곡을 오가는 726번 버스에 탑승한 여성 승객 A씨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A씨는 자신의 교통카드를 요금 결제기에 접촉했지만, '잔액 부족'이라는 음성이 돌아왔다.


뒤 승객에게 떠밀려 일단 버스에 오른 A씨는 휴대전화를 한참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기사에게 다가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원칙대로라면 기사는 승객에게 하차를 요구해야 했다. 하지만, 해당 버스를 몰던 25년 차 베테랑 기사 정일석(55)씨는 요금 1천250원 때문에 승객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기꺼이 본인의 교통카드를 내밀었다. 혹여나 승객이 부담스러울까 봐 "괜찮다. 이런 경우가 많다"며 승객을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씨는 "한 달에 2~3번은 꼭 이런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항상 개인 교통카드를 '완충'한 상태로 구비하고 있다"며 "그날도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가 특별할 것 없다던 그날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유난히 고마워하던 승객의 모습 때문이다. 정씨의 배려로 목적지까지 안전히 도착한 승객은 버스에서 내리면서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그동안 수십 차례 이와 비슷한 선행에도 특별히 감사 인사를 받지 못했던 그에게 온몸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던 승객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했다.


그로부터 2주 정도가 흐른 지난 23일, 대명교통에 의문의 택배박스가 전달됐다. 박스에는 '버스 카드 깜빡했는데 대신 찍어주시고…. 친절·안전 운행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메모지와 함께 비타민 음료 80개가 들어있었다. 택배는 익명으로 배달됐지만, 정씨는 2주 전 승객임을 직감으로 알아 차렸다.


정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베푼 호의가 너무 크게 돌아와 외려 부담스럽기까지 하다"며 "이번 일을 평생 가슴에 품고, 승객에게 더 친절을 베풀겠다"고 말했다.


대명교통 관계자는 "보통 분실물을 찾아주면 감사의 표시로 음료수 1병 정도를 기사에게 선물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회사에 직접 선물을 보내준 건 처음"이라며 "동료에게 귀감이 된 정 기사에 격려 차원의 표창과 포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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