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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 "대구에 독립기념관 설립돼야 한다"

2023-08-15

"서울보다 더 많은 독립운동가 대구형무소 투옥"

"홍준표 대구시장 만나 독립기념관 건립 논의"

광복회 학술원 분원, 연구소도 대구에 있어야

이종찬 광복회장 대구에 독립기념관 설립돼야 한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광복회 개혁과 대구독립기념관 필요성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지난 5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87·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이 제23대 광복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제11∼14대 국회의원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냈다.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회장은 광복회가 혼란 속에 있었다는 것을 인식한 듯 개혁을 강조했다. 제 78주년 8·15 광복절을 앞둔 지난 9일 광복회관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 광복회장으로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나.
"광복회가 그동안 여러 가지로 국민께 짜증을 주고 지적도 많이 받았다. 이런 문제를 다 해소하고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독립운동 지사가 직접 (광복)회장을 했다. 가만히 있어도 다들 우러러 봤다. 지금은 (독립운동가) 2세 시대가 됐다.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못 얻지 못한다. 기반도 권위도 없는 상태라 스스로 권위도 만들고, 신뢰를 받아야 한다. 할 일이 더 많다. 2세 시대 광복회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자 한다."

▶ 제78주년 광복절의 의미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맞는 광복절이다. 조국의 광복이 연합군이 해준 공짜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우리로서는 굉장히 섭섭한 일이다. 광복회원은 전부 독립운동가 후손이다. 이분들의 선조는 그야말로 피·땀·죽음을 다 내놓고 싸운 분들이다. 광복이 공짜로 얻어졌다면 독립운동가의 모든 노력은 다 허사가 돼버린다. 78주년을 기해 광복이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나라를 찾기 위한 독립운동이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고, 국가 정체성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 대구독립기관 건립 요구가 뜨겁다
"대구에 당연히 독립기념관이 있어야 한다. 17개 시·도에 (독립기념관이) 다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로 정보·자료를 공유해야 한다. 한 곳에 고정시키면 안 된다. 대구독립기념관 건립의 중요성은 또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대구형무소는 서울의 제일 큰 형무소, 현재 독립형무소보다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돼 있었다. 대구는 독립운동의 중심지였다. 그런 곳에 기념관이 없으니 모든 것이 흐트러져 버린 것이다. 국채보상운동도 독립운동 연장선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번 정리해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광복절 이후 대구를 찾아가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 대구독립기념관 건립을 논의할 계획이다. 독립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대구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강조하겠다."

▶ 광복회 학술원 대구경북에 올 수 있나.
"대구독립기념관이 세워지면 학술원 분원 또는 연구소 유치 의지가 있다. 지금 독립운동사 연구가 점점 퇴조하고 있다. 인도와 아일랜드에서도 독립운동이 있었지만 체계적 연구는 부족했다. 우리나라처럼 집요하게 연구 활동을 한 국가는 드물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해 책을 쓴 로버트 올리버와 그를 후원한 헐버트 박사가 바라본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굉장히 놀랍다. 이런 독립운동사를 세계사 측면에서 내놓는다면 외국에서도 연구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우리 독립운동사를 국제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구독립기념관 건립과 학술원 분원 또는 연구소를 설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중국이 시인 윤동주 생가를 폐쇄했는데.
"나는 중국 상해 출신이다. 태생적으로 친중파이다. 어릴 적 중국 사람들이 숨겨주고, 정말 신세 많이 졌다. 그런 중국이 요새 대국(大國)답지 않게 소국(小國)화 되고, 쇼비니즘(chauvinism·맹목적 호전적 애국주의)으로 가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 예전 중국이 아닌 것 같다. 안중근 기념관, 윤동주 생가를 왜 폐쇄하는지 모르겠다. 대중화라는 게 뭐냐.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는 것이다. 중국은 자기네 이익이 침해당하지 않게 이상한 방어벽을 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도 실패한다고 본다. 혐중(嫌中) 인식이 80%인데, 어떻게 일대일로를 하나. 중국이 이런 것을 반성해야 한다. 11일 중국 대사가 여기(광복회관)에 온다. 그 때 이런 심각성을 전달할 것이다."

▶ 정치권의 진영 논리를 어떻게 보나.
"진보의 경우 사실 정부의 역할이 크다. 보수는 자유시장경제, 기업의 자유 활동을 더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 안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정부의 역할이 크고, 또 어떤 때는 민간이 역할이 더 커진다. 서로 화합해야 한다. 가장 끔찍한 말이 '더러운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우리가 무릎 꿇어도 좋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이 말은 독립운동가 후손인 나에게 '더러운 이완용이가 깨끗한 윤봉길보다 낫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는 자위력를 통해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진짜 평화가 온다. 무릎 꿇어서 오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 굴복이다."

▶ 광복회 개혁을 강조했다.
"광복회가 2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세명의 회장이 나왔는데 길을 잘못 찾아 혼란을 줬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첫째, 광복회는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곳이다. 둘째, 이권을 일체 안 할 것이다. 이권을 하면 구더기가 끼게 된다. 그동안 (광복)회장들이 이권에 많이 개입했는데, 한 푼도 광복회에 돌아온 게 없다. 사익만 채웠다. 이제 건전하고 맑은 돈만 기부고 이권은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광복회) 3·4세를 키우는 것이다. 이미 2세는 70대 이상이다. 3·4세를 키워 그분들이 국가 엘리트가 되도록 지원해 오늘날 광복회의 전통을 지켜나가도록 할 것이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애국의 신념을 갖고 있다."

▶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처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민이 많다. 우리가 독립유공자 후손에 관한 예우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독립운동가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종합적인 개정안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임기 내 한 단계 높은, 일류 보훈에 걸 맞는 유공자 예우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려운 회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렸다. 더 많이 투자해 독립운동가 후손 중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 등 국가 엘리트가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고(故) 백승엽 장군 현충원 안장 기록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 문구 삭제를 반대했는데.
"백선엽 장군은 있는 그대로 대접해야 된다.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있었던 시기가 1939년 봉천사관학교 들어가 소위 중위 때 6년간이었다. 가고 싶어 간 게 아니다. 수십년 간 한국군에 있으며 다부동 전투 등 많은 공적을 세웠다. 공은 다 감춰놓고 과만 가지고 친일파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공과를 있는 그대로 알렸으면 좋겠다.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보훈부도 잘못이 있다. 친일이라고 묘소에 써놓은 것이 백낙준 박사, 이종찬 장군, 신태영, 이응준 등 여덟 사람이다. 한꺼번에 다 지워버려야 한다. 왜 백선엽 장군만 지우나. 편협한 조치이다. 기록은 기록대로 남겨야 한다."

▶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은 어떻게 생각하나.
"찬성한다. 다만 건국 대통령이니 해서 이상하게 만들면 안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 공과가 있었다는 것을 표현해 주면 성공한 기념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창시자는 이승만이요' 이렇게 만드는 것을 이승만 대통령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임시정부에서도, 정식 정부에서도 초대 대통령이었다.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것인가."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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