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대 영업이익률 치명타
주유소 간 가격 출혈경쟁 심화
친환경차 보급 확산도 악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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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이 이어지자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10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6일 대구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ℓ당 1천715원, 경유는 ℓ당 1천590원을 기록했다. 대구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경북 칠곡 왜관읍에서 성주읍으로 이어진 국도 67호선의 한 주유소. 빛바랜 주유기에는 먼지가 소복이 쌓여 영업을 중단한 지 오래됐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주유소 곳곳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이 주유소는 수년째 휴업 중이다. 인근 주민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곳도 한때는 잘나가던 주유소였다. 원래 67번 국도는 성주읍과 왜관읍을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였지만, 2007년 국도 33호선(총연장 10.9㎞)이 개통되면서 차량 교행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주유소는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친환경차 보급과 알뜰주유소까지 확산하면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문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16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만1천92곳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12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올 상반기에도 50여 곳이 추가로 폐점했다. 같은 기간 대구는 374곳에서 331곳으로, 경북은 1천314곳에서 1천235곳으로 각각 43곳, 79곳 줄었다.
주유소 사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엄습했던 2020년 2월부터 본격적인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전국적으로 차량 이동이 줄어들자 주유소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코로나 위기보다 1%대의 낮은 영업이익률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올들어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하자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유소로 운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유소 간 출혈 경쟁도 심화됐다.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산도 일반주유소의 사업 영위를 힘들게 했다. 휘발유·경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서다. 주유소 사업자들에겐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주유소 경영을 위축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최근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특혜성 지원도 일반주유소의 폐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현재 전국 주유소의 12%(1천291곳)에 이른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 한국도로공사가 각각 공동 입찰이나 별도 입찰을 통해 정유사 기름을 원가 수준으로 산 뒤 일반주유소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 이런 이유로 알뜰주유소 수는 2012년 847개였지만 지난해에는 1천305개까지 급증한 상태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주유소 수가 줄어드는 것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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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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