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중앙지검에 지지자와 반대파 결집
"저를 희생 제물 삼아 정권 무능 덮으려는 것"
백현동 관련 "한푼의 사익도 취한 적 없어"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이재명" 17일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기다렸다. 손에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 중앙지검 정문과 검찰청 입구에는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이 모여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로를 비난하는 고성이 오갔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앞은 많은 인파로 혼잡한 모습이었다. 이 대표는 10시 24분 하얀색 승합차를 타고 중앙지검에 들어섰다. 이 대표를 확인한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외쳤다. 차에서 내린 이 대표는 마련된 단상 위에 올라 지지자들을 한동안 바라봤다. 남색 정장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표는 입장을 발표하기 전 바닥에 놓인 물병을 들어 물을 마시기도 했다. 10시 25분. 이 대표는 "반갑습니다. 이재명입니다"라며 지지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지지자들의 환호가 이어지자 이 대표는 "잠시 조용해주시면 드리고 싶은 말씀을 하겠다"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 대해 "저를 희생제물로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수사가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작심한 듯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뉴스를 안보는 것이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탄식,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을 들을 때 마다 제가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다. 이 모든 게 제 부족함으로, 검찰 독재 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너무도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고 말했다.
또 "집단지성체로 진화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 촛불혁명을 완성했던 우리 국민들은 반드시 다시 떨쳐 일어나서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다시 만들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라.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그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티끌만큼의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10여년에 걸친 수 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돼서 사라졌을 것"이라며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할 것이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향후 검찰 조사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10번 아니라 100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며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을 향해선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한다"며 "회기 중 영장 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말했다.
입장문 발표를 마친 이 대표는 다시 차량에 탑승해 중앙지검 청사로 이동했다. 이 대표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 실패가 감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가 질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검찰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