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연찬회에 이어 이날에도 전임 문재인 정부 실정을 언급하며 비판을 이어나가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정부는 경제체질을 시장 중심, 민간 주도로 바꿔 민간이 더 활발하게 투자하고 지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2024년도 예산안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한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656조 9천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2.8% 증가한 수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치 보조금 예산, 이권 카르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했고 총 23조원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면서 "총지출에서 법정의무 지출, 경직성 경비와 필수 지출을 제외한 정부의 재량 지출 약 120조원의 20%에 가까운 과감한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 대통령은 '선거용 예산 풀기'는 없을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일각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예산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국채 발행을 통한 지출 확대는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고,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기업활동과 민생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민간투자를 저해하는 킬러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민간에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약자복지의 실현,국방, 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라는3대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저는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고,전통 제조업인 뿌리 산업부터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산업 현장까지두루 다니며 경청한 사항들을 꼼꼼히 메모하여 두었다가 내년 예산에 적극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특히 최근 묻지마 범죄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 732억원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며 "중증 정신질환자를 조기 발견해 집중 치료와 사례관리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치안 중심의 경찰 조직 개편 및 예산 배정 조정 방침을 밝히며 "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게 흉기 대응 장비를 신규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윤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군 장병들의 후생은 곧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며 초급 간부의 '녹물관사 제로화', '장교·부사관 복무장려금 각각 2배 인상, 내년도 병사 봉급 35만원 추가 지급 계획 등을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선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우리 해역과 수산물에 대한 안전 감시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하겠다"며 "국산 수산물을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천4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정책을 두고서는 "청년우대 교통카드인 K-Pass를 도입하여 청년의 출퇴근 교통비 부담을 최대 50% 이상까지 줄이겠다"며 "청년의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를 50%, 연 3회 감면해 취업 준비 비용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보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바이오, 우주 등 미래 산업 생태계를 선점할 2조5천억원 규모의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와 같은 글로벌 연구개발(R&D) 기술 협력에 1조8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올해 지정된 특화단지 7개소에 대해 용수 등 기반 시설, 기술혁신 저리 융자, 첨단산업 특성화 대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전임 정부 비판도 지속했다. 윤 대통령은 시작부터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천조원을 돌파했다"면서 현 정부는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과 규제 혁신에 박차를 가해왔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그 결과 치솟기만 하던 국가채무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됐고 주요 국제 신용 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의 건전재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법안 대응도 강조했다. 21대 국회 이후 회기 종료로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면서 국무위원들에게 대응을 강조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를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제출된 200여 건의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국정과제 법안의 처리가 지연된다면, 21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법안이 자동 폐기된다. 재입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께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처리 필요 법안으로는 △건전재정을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채용 관련 불공정행위를 방지하는 채용절차법 △교권 회복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지위법 △노조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우주 항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우주항공청법 등을 제시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