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이후 급속도로 확산…수질정화 효과 있지만 다른 수생물에 악영향
UN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 황소개구리·뉴트리아와 함께 유해 외래 동식물로 분류
![]() |
경북도청신도시 대표 저수지인 호민지에 '부레옥잠'이 빼곡히 자라면서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오주석 기자 |
경북도청 신도시 대표 저수지인 호민지가 '부레옥잠'으로 뒤덮여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고인 물에 주로 서식하는 부레옥잠은 대표적인 수질 정화 식물이지만, 강인한 생존력과 급속한 팽창 속도로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등 악영향을 끼친다.
안동시 풍천면 갈전리에 위치한 호민저수지, 일명 '호민지'에는 부레옥잠이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라고 있다. 14일 찾은 호민지 수면은 난데없이 나타난 부레옥잠들로 '점령(?)'된 상태였다. 인근에서 날아온 학들만이 부레옥잠 위를 거닐며 힘겹게 먹이 사냥을 이어갔다.
![]() |
14일 경북도청신도시 대표 저수지인 호민지에서 건져 올린 '부레옥잠'. 오주석 기자 |
호민지에서 만난 손상익(63)씨는 "6월부터 부레옥잠이 호수를 뒤덮더니 지금은 거의 80% 가까이 찬 것 같다"며 "정화 식물이라곤 하지만 너무 많이 뒤덮고 있으니 보기에 썩 좋아 보이진 않다"고 했다.
호민지는 둘레길만 3.2㎞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큰 저수지다. 수변탐방데크와 억새숲길, 제방길 등으로 꾸려져 인근 주민들의 나들이 쉼터로 주목받고 있다. 인근 주민 박모(40)씨는 " 저수지가 부레옥잠으로 가득 차 있으니 깊이 등이 가늠이 안 된다"며 "너무 방치했다간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연못이나 저수지 등 고인 물에 주로 서식하는 부레옥잠은 미국에서 건너온 다년생 수초다. 특유의 수질 정화 능력을 인정받아 일부 지자체에선 부레옥잠 방생을 장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선 호수를 뒤덮는 강인한 생존력으로 담수 어업에 치명타를 입히는 천덕꾸러기로 불린다.
UN 산하 생물다양성과학기구에서는 황소개구리, 뉴트리아와 함께 부레옥잠을 유해 외래 동·식물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레옥잠과 같은 수생 식물로 수질 정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계체 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채병수 담수생태연구소 박사는 "수생 식물은 기본적으로 물속 유기물을 먹고 팽창한다. 유기물을 흡수한 수생 식물이 다 섞을 때까지 그대로 방치하면 수질 정화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식물이 모두 성장했을 때 일부를 거두면 조금이나마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