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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매혹하는 미술관…여성 미술가 12명의 대담한 삶·예술

2023-09-22

갤러리스트로 전향한 저자 송정희

생명력 넘치고 혁신적인 작품으로

미술사에 이름 남긴 여성들 재조명

[신간] 매혹하는 미술관…여성 미술가 12명의 대담한 삶·예술
'매혹하는 미술관'은 천경자, 카미유 클로델,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수잔 발라동 등 여성 미술가 12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게티이미지뱅크〉
[신간] 매혹하는 미술관…여성 미술가 12명의 대담한 삶·예술
송정희 지음/아트북스/312쪽/1만8천원

'매혹하는 미술관'은 여성 미술가 12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조지아 오키프, 마리 로랑생, 천경자, 수잔 발라동, 키키 드 몽파르나스, 카미유 클로델, 판위량, 마리기유민 브누아, 프리다 칼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해당 미술가들은 가족과 얽힌 폭력과 트라우마, 강렬한 사랑이 불러온 깊은 상처, 비극적인 사고, 사회적 장벽 등을 마주해야 했다. 이들은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도 예술로 말했고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새겼다. 굴곡진 인생사가 아니더라도 생명력 넘치고 혁신적인 이들의 작품은 그 자체로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다.

책은 총 네 장으로 구성돼 있다. '아름다움, 그 너머'는 화려한 그림 뒤에 아픔과 고독을 숨긴 작가들을 다룬다. 대담하게 확대한 꽃 그림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후기에는 뉴멕시코 사막에서 구도자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 조지아 오키프. 외롭고 힘들었던 삶과 대조되는, 색색의 물감과 광기로 형형한 눈빛이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을 그린 천경자. 여인들이 서로 친밀하게 쓰다듬거나 이야기하는 파스텔톤의 고유한 화풍을 고집해 '잊히지 않은 여인'으로 남은 마리 로랑생의 삶과 예술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즈에서 예술가로'에서는 남성 예술가들의 모델 혹은 조수에서 예술가가 된 뚝심 있고 용감한 여성들을 만난다. 르누아르의 아름다운 소녀로서 그림 속에 살기보다 화가로 살길 선택하며 프랑스국립예술협회 최초 여성 회원이자 살롱전 참가자로 이름을 남긴 수잔 발라동. 만 레이의 모델로 유명했던 한편 헤밍웨이가 서문을 바친 회고록의 저자이자 첫 전시회에서 모든 작품을 판매한 재능 있는 예술가 키키 드 몽파르나스. 로댕을 열렬히 사랑했지만 작품에서만큼은 그의 그늘을 벗어나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고자 했던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의 새로운 얼굴을 만난다.

'몸을 통해, 몸을 위해'는 자유와 억압, 자기와 타자, 사적이면서 공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몸'에 대한 사유를 작품으로 풀어낸 미술가를 소개한다. 중국 초기 현대화 운동에서 여성 미술가로는 드물게 미술대학 교수까지 지낸 판위량은 어릴 적 몸종으로 팔려가 창기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동양 여성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을 전복하는 누드화를 그렸다. 프리다 칼로는 민족적 전통과 서구 미술의 전통, 장애를 가진 몸과 넘치는 에너지, 혁명가의 심장과 예술가의 자아 사이에서 복잡하게 요동치는 내면을 신화와 환상과 실제가 뒤엉킨 그림으로 표현했다. 신고전주의 화가 마리기유민 브누아는 오늘날까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마들렌의 초상'을 남겨 하나의 몸을 둘러싼 시대적 맥락이 얼마나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젖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회복과 치유의 약속'에서는 고통으로 출발해 회복과 치유를 종착지로 삼는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를 만난다. 퍼포먼스에 임할 때는 누구보다 대담하게 뛰어들어 관람객에게 형언할 수 없는 경험과 에너지를 전하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연대와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 판화를 제작한 케테 콜비츠를 만난다. 또한 난해하고 다면적인 작품으로 재생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세계를 짚는다.

저자 송정희는 뒤늦게 미술에 매혹돼 제주에 갤러리를 열고 전시를 기획하는 갤러리스트다. 10년 동안 영자 신문 '제주위클리'를 발행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제주 출신 미술가 변시지의 특별전 기획을 계기로 갤러리스트로 전향한 저자는 '지역'과 '미술' 사이에 작은 다리들을 놓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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