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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 오른 '이재명 영장 기각'…"영장실질심사는 재판 예선전 불과"

2023-10-01 16:13

87년後 현직국회의원 체포동의안 11건 중 영장기각은 3명
법원은 李 혐의 판단에는 유보적, 방어권에 무게 실어
법조계 "영장심사 본질 반하는 현상…재판의 시작일 뿐"

추석 밥상 오른 이재명 영장 기각…영장실질심사는 재판 예선전 불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밥상 오른 이재명 영장 기각…영장실질심사는 재판 예선전 불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은 이번 추석 밥상에 제일 먼저 오른 메뉴였다.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인 지난달 27일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여파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여야 정치권은 이번 추석 밥상 민심이 선거 결과에 미칠 유불리를 분주하게 계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장실질심사'는 재판의 예선전에 불과한데, 정치권과 검찰이 나서서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법조계 일각의 쓴소리도 나온다.

◆현직 국회의원 구속영장 기각 사례는?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1987년 이후 13대 국회(1988년 5월 개원)부터 이 대표까지 국회에서 가결된 현직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은 총 11건이다. 표결에 오른 안은 28건이지만, 이 중 17건은 부결됐다.

체포안이 통과된 의원은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박은태(14대·1995년·뇌물), 민주당 강성종(18대·2010년·횡령), 민주당 박주선(19대·2012년·공직선거법 위반), 새누리당 현영희(19대·2012년·공직선거법 위반), 통합진보당 이석기(19대·2013년·국가내란죄), 민주당 박기춘(19대·2015년·정치자금법 위반), 민주당 정정순(21대·2020년·정치자금법 위반), 무소속 이상직(21대·2021년·횡령), 국민의힘 정찬민(21대·2021년·뇌물), 국민의힘 하영제(21대·2023년·정치자금법 위반) 의원이다.

법원은 이 중 이 대표와 현영희·하영제 의원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현 전 의원의 경우, 범죄 소명이 되지 않았거나 부족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또 하 의원은 심문에서 대부분 범행을 자백했고, 검찰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나머지 8명의 의원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 이유를 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구속 피한 역대 3번째 의원…기각 사유는?

이 대표는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구속을 피한 3번째 현직 의원이다. 법원은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한 판단에 주로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의 방어권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한 지난달 27일, 이례적으로 892자에 달하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그는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가해진 회유·압박 정황을 놓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지만,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했다. 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배임 혐의와 관련, 유 부장판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했다. 다만,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유무죄와 무관

영장실질심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제도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구속이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95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법관은 검사에게서 구속영장을 청구받으면 피의자를 직접 심문하면서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피의자의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을 때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 또는 기각은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발부된다고 해서 피의자의 유죄가 확정되는 것도, 반대로 영장이 기각된다 해서 무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기소하면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는 구속된 상태로 피고인이 되고, 기각된 피의자는 불구속 상태로 피고인이 되어 각각 재판을 받게 된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현영희 전 의원은 재판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되면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됐고, 끝내 의원직을 상실했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본안 재판에서는 최종 무죄 결과를 받아들게 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김영만 전 군위군수는 2019년 뇌물수수 혐의를 받아 구속됐지만, 2021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구지역 법조계에서도 '국민들이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본래의 목적에 반해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주현 변호사는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증거 인멸을 금지하기 위한 영장실질심사가 실제로는 다른 목적으로 이해되고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는데, 정작 영장 심사 결과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이겼다'는 취지로 널리 이용돼 본질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무죄로 추정함으로써 형벌이나 불이익을 금지해야 하는데도 정작 '사전 형벌' 의미를 띈다"며 "검찰의 수사 정당성을 널리 홍보하는 꼴이 되는 셈"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의 영장이 기각된 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영장 기각이)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법원의 영장 재판 결정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면서도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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