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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혁신인가 현상 유지인가

2023-10-18

출범 전 기대 반 우려 반

출범 후 혁신 1주년 자평

대부분 현상 유지나 후퇴

내부에선 직급 조정 불만

스스로 자축할 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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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문화에는 답이 없다. 어떤 예술작품은 가치 있고, 어떤 작품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 없다. 문화 행정도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도 없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그렇다. 진흥원은 대구문화재단·대구관광재단·대구오페라하우스·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콘서트하우스·대구미술관 등 6개 대구의 문화·예술·관광 관련 출연기관과 시 사업소가 합쳐져 출범했다. 대구의 경우, 각 기관이 전문성을 갖고 각자의 업무를 해왔기에 출범 계획이 나오자 각 기관의 고유성이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근무 태만, 예산 낭비 등으로 지적받았던 일부 기관의 경우, 재정비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출범 1주년을 맞이해 지난달 말 진흥원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혁신의 1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공연의 유럽 무대 진출, 오페라 시즌제 도입, 통합이용권 사업을 통한 시민 문화 향유권 강화, 대구근대역사관 등 박물관 활성화 등을 성과로 꼽았다. 대구메세나협의회 출범, 올해 기부 약정 금액 13억4천여만 원 달성, ARS 기부 전화 개통, 대구 문화예술관광 통합정보 플랫폼 구축, 무대기술팀 3개 기관 교차 근무 형태 도입 등도 진흥원이 내세운 지난 1년의 성과다.

진흥원이 말한 혁신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일까. 지역 문화계에선 진흥원이 내세운 성과들은 기존에 해오던 것들을 현상 유지하는 정도로 평가한다. 실제 ARS 기부 전화 개통, 대구메세나협의회 출범 등은 진흥원의 전신인 옛 대구문화재단에서도 시도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오페라의 해외 진출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동유럽·북유럽 극장이 중심이어서 주요 오페라 극장과 교류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밖에 다른 사업 성과도 각 기관의 특성상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대구시립예술단도 혁신 방안으로 평정 규정 강화 추진이 어려워지자, 진흥원 내부에선 변별력 있는 평정 제도를 운영하겠다며 개선안을 논의했다. 최근 5년 이내 평정에 지정된 과제곡 배제 등이 개선안에 포함됐지만, 과연 이러한 방법이 혁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 예술단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퇴보한 사례도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노 개런티(무보수) 기획 공연' 논란이 불거지자 대구 내 어느 공공 공연장에서도 하지 않는 방식의 기획공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대구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 폐지로 이어지긴 했지만, 시립합창단·교향악단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연주를 놓고 종교 편향 논란도 있었다.

내부에서 보면 인사의 신뢰도도 떨어졌다. 출범 1년에 접어든 상태에서도 마무리되지 못한 직급 개편 등이 대표적이다. 본부별로 차이가 나는 직급을 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직급 개편이 모든 직원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게 진흥원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출범 초창기 일부 간부들은 직책이 상승된 반면, 서로 다른 기관이 합쳐지는 상황에서 직급 조정은 당연한 일임에도 늦어지는 건 내부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문화계는 진흥원 구성원들이 전문성을 갖고 문화 행정을 펼치길 기대한다. 실제 진흥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상시 성과 관리 방안을 수립 중이다. 이와 함께 급하게 이뤄진 통폐합 과정에서 각 기관의 전문성이 퇴색된 건 없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진흥원의 과제다. '혁신'이라고 자평하며 자축할 때는 아니다.

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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