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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사연 품은 돌탑(塔)

2023-11-14

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으로 26년간 3천여 개의 탑을 쌓았다.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노추산 계곡을 따라 900m가량 오르면 볼 수 있는 모정 탑이다. 집안에 우환(憂患)이 자주 생기자 가족의 무사고 기원을 위해 어느 할머니가 1986년부터 하늘에 별이 되기 전까지 26년간 쌓은 돌탑이다. 오랜 세월도 감동적이지만 연세 지긋한 여성이 산중 생활을 하면서 산기슭에 있는 돌을 하나둘 주워서 쌓아 올린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모정 탑 길의 거리는 1㎞가량이다. 거친 비바람과 태풍에도 쓰러짐이나 넘어짐이 없을 정도로 하늘도 감동했다. 모정 탑은 어느새 입소문이 퍼져 유명 관광지가 됐다.

경북 구미시 도립공원 금오산에도 비슷한 사연을 가진 수십 개의 오형 돌탑이 있다. 손자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가 부디 좋은 별나라로 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돌탑을 쌓았다. 돌탑 아래에는 손자를 사랑하는 글귀를 새겼다. 큰 돌 작은 돌/ 잘생긴 돌 못생긴 돌/ 차곡차곡 등에 업고/ 돌탑으로 태어나서/ 떨어질까 무너질까/ 잡아주고 받쳐주며/ 비바람을 이불 삼아/ 산님들을 친구 삼아/ 깨어지고 부서져서/ 모래알이 될 때까지/ 잘 가라 띄워 보낸/ 낙동강을 굽어보며/ 못다 핀 너를 위해/ 세월을 묻고 싶다/ 석아. 금오산 중턱에 쌓은 돌탑의 이름도 가슴을 적신다. 손자가 좋아할 것 같은 한반도, 누리호 우주선, 오형 동물농장, 오형 삼족오 등이다. 구미시를 상징하는 거북이 돌탑도 여러 개가 있다. 할아버지는 금오산의 '오'자와 손주의 이름에 '형'을 따서 '오형 돌탑'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어느새 금오산을 찾는 등산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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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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