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사이 숏패딩 유행하면서 롱패딩은 '장롱행'
엄마들 "수십만원 주샀는데…아까워서 내가 입는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롱패딩. |
"롱패딩이 두 개나 있는데…숏패딩을 산다네요. 롱패딩은 그냥 제가 입어야겠네요."
올들어 숏패딩이 대유행하면서 장롱으로 들어간 자녀의 롱패딩이 올 겨울 엄마들의 '필수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수 십만원을 주고 산 롱패딩이 유행이 지났다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한파와 강추위도 롱패딩을 버릴수 없는 이유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0~20대를 중심으로 허리길이의 짧은 패딩이 유행하면서 올 겨울도 숏패딩이 국내 의류시장을 계속 이끌 것으로 보인다.
20~30대 여성 사용자가 많은 패션플랫폼 '지그재그'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준 숏패딩 판매액은 1년 전보다 145% 늘었다. 이 중 부푼 복어처럼 부피를 키운 '푸퍼패딩'은 1천% 이상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롱패딩 인기는 시들해졌다. 한때 거리를 점령했던 롱패딩이지만 2~3년 전부터 서서히 사라지면서 급기야 '장롱행'이 됐다. 최강의 보온성을 자랑하면서도 유행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가 된 것. 특히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롱패딩은 부모 세대가 입는 옷'이라는 잘못된 인식까지 팽배해지고 있다. 롱패딩을 더 이상 입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행에 떠밀려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롱패딩'을 바라보던 엄마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실제 맘카페나 주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애가 안 입는 롱패딩이 너무 아깝다" "이젠 교복 위에 숏패딩을 입더라" "추울 땐 롱패딩만 한 게 없는데 안 입으면 내가 입으면 된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커뮤니티 '82쿡(cook)'의 한 회원은 "연말 계 모임에 갔더니 7명 중 5명이 롱패딩을 입고 왔는데, 다 애들이 안 입어서 입은 거였다"며 "비싸도 따뜻하게 잘 입을 것 같아 사줬더니, 아까운 줄 모른다"고 혀를 끌끌 찼다.
중고마켓에서도 롱패딩 판매글이 부쩍 늘었다. 당근마켓에선 인기매물 목록에 롱패딩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고인 만큼 가격은 평균 5만 원가량이다. 롱패딩 판매글에도 '자녀가 입었던 옷'이라는 소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구제의류 판매점에도 롱패딩이 쏟아지고 있다. 겨울인 만큼 패딩이 주 판매 상품이지만 올해는 유독 롱패딩이 많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의 한 구제의류 판매점은 "구제옷 가게를 5년째하고 운영하고 있는 데, 올해 유독 롱패딩이 많다"면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유행이 지난 옷이지만, 솔직히 지갑사정이 넉넉치 않은 서민들에겐 겨울에 롱패딩만한게 없다"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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