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새 책 한권 2만원 육박, 중고서점 인기
자신 소유 책도 팔 수 있어, 평균 1~2천원 판매
예스24 대구 반월당점 '엄마들의 성지'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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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수현기자/사진=이윤호기자 |
12살, 10살 남매를 키우는 주부 박은희(45) 씨는 3일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있는 대형 중고서점을 찾았다. 서점에 도착한 박 씨는 우선 집에서 가져온 중고책 9권을 팔았다. 1천원짜리 6권과 2천500원짜리 1권, 2천원짜리 2권 등 모두 1만2천500원 상당이다. 중고책을 판 금액은 포인트로 적립했다. 책을 구매할 때 현금처럼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날 박 씨와 아이들은 곰씨와 오리, 전천당, 호핏 등 각자 읽고 싶은 책을 3권씩 골랐다.
박 씨는 "책에 밑줄을 치며 읽는 버릇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보다는 자주 구매하는 편"이라며 "아무래도 새 책은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중고서점을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주부 한모(여·42) 씨는 지난 주말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대형 중고서점을 찾아 평소 읽고 싶었던 에세이집을 한 권 샀다. 새 책 기준 1만4천200원인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9천원에 구매했다. 중고서점을 나오며 입구를 배경으로 인증 샷도 찍었다. 한 씨는 "요즘 SNS를 좀 한다는 엄마들에겐 중고서점 앞 인증 샷은 필수"라고 했다.
최근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알뜰하게 책을 구매하려는 주부들로 중고서점이 북적이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책 한권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 대형 중고서점 정문에서 찍은 인증 샷이 SNS에 유행하면서 중고서점이 올겨울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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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2년 책 한권의 평균 가격은 1만7천869원으로 전년대비 4.4% 올랐다. 책 가격이 인상돼 중고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3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중고서점에서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중고 서점은 새 책보다 기본적으로 30~40% 저렴하다. 1천원짜리 한두 장으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추세다.
중고서점에는 다 읽어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책도 팔 수 있다. 평균 1~2천원이다. 책 관리 상태에 따라 새 책 가격의 70%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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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2년 책 한권의 평균 가격은 1만7천869원으로 전년대비 4.4% 올랐다. 책 가격이 인상돼 중고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3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중고서점에서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알라딘 관계자는 "매출과 관련된 부분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 것 맞다"며 "특히 어린이 서적과 소설, 인문학, 자기계발 서적들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2019년 남산동 인쇄 골목에 문을 연 예스24 대구 반월당점은 지난해 베이커리 겸 브런치 카페까지 오픈하면서 이른바 '엄마들의 성지'가 됐다. 양말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8만여권의 중고도서와 최신 음반, 인기 DVD, 블루레이, 굿즈 등 다양한 문화 상품을 판매한다. 이날도 아이들과 함께 서점을 찾은 가족들이 카페에 모여 구매한 책을 읽는 모습이 많이 목격됐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와 함께 서점을 찾은 주부 윤지연(40) 씨는 "방학 전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서점에 왔는데, 방학에는 평일에도 자주 나와서 책도 보고 차도 마시고 있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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