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있어"
증권시장에선 선물 ETF 거래 제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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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최근 미국 증시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승인이 났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한동안 투자할 수 없다. 국내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에 규정하는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빠져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려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여긴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의 상장을 승인했다. 승인 첫 거래일 46억달러(약 6조원) 이상 거래됐다. 거래 건수도 70만 건이 넘는다. 첫날부터 대규모 거래가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금융당국 지침이 나오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시장은 물론, 캐나다·독일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지원도 중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홈페이지에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현물 ETF에 대한 유권해석으로 중개 거래가 불가해 매매를 제한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신한투자증권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중단했다.
더 큰 혼란은 '선물 ETF' 거래다. 당국이 '현물 ETF 투자 불가'라고만 방침을 내리고, 선물 ETF에 대한 지침은 내놓지 않아서다. 국내 증권사들이 선물 ETF 거래까지 중단하는 추세다. KB증권은 지난 12일부터 23개 비트코인 선물 ETF 신규 매수를 중단했다. 여기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2x Bitcoin Strategy ETF(티커 BITX)'도 포함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작년 한해 동안 BITX를 2천5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증권·하나증권·NH투자증권도 내부적으로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 중단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ETF 국내 거래가 막히자, 국내 가상 화폐 관련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12일 한화투자증권(-14.89%), 우리기술투자(-9.10%), SBI인베스트먼트(-7.64%), 갤럭시아머니트리(-7.54%), 위지트(-16.76%), 티사이언티픽(-11.70%) 등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선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SEC 승인을 기다렸던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오랜 검토 끝에 괜찮아서 허용했는데, 한국은 부의 기회를 막아버리네" "글로벌시대 한국만 역행한다" "차려진 밥상도 못먹는 한국" "SEC 승인만 기다렸는데…바보 된 기분" 등의 불만 글이 쏟아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승인을 내줬지만, 비트코인이 금과 같이 달러 대체재 역할을 해 나갈지는 의문이다"면서 "국내에서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금문제와 법률개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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