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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무슨 色일까…정당의 '색깔정치'

2024-01-19 05:00

이준석·이낙연 두 前 당대표들 신당창당

오렌지·짙은 남색 고르며 존재감 드러내

푸른색 썼던 보수정당, 박근혜 때 빨간색

민주당 계열은 靑·綠·黃 계열 주로 사용

전문가 "해외에선 '색깔=이념' 유추되지만

당명 등 자주 바뀌는 한국에선 의미 적어"

이번엔 무슨 色일까…정당의 색깔정치
이준석·이낙연 두 전 당 대표가 신당을 창당하며 각각 오렌지색과 짙은 남색을 당색으로 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보수정당의 상징이던 푸른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시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란색을 주로 활용, 그의 지지기반인 노사모와 노무현재단 역시 노란색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 박근혜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번엔 무슨 색일까. 봄에 펼쳐지는 4·10 총선에서도 대구경북은 가을 단풍처럼 붉게 물들까.

색은 호소력이 강하다. 개표 방송이 끝나면 해당 지역에 당선자의 소속 당색으로 표시해서 구분을 쉽게 할 수 있다. 선거철이 되면 TK지역에서 빨간 옷을 입고 신발까지 '깔맞춤'한 이들을 여럿 볼 수 있다. 빨강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색이고, 자신이 국민의힘 소속이라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들이다.

정당정치가 백년 넘게 이어진 이어진 유럽에서는 '붉은색=사회주의' '파란색=보수주의' 등 색이 상징하는 이념이 있다. 공산주의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지칭하는 '레드 콤플렉스'라는 말이 있다. 공산주의를 연상시키는, 흔히 '빨갱이'라는 표현 탓에 보수 정당은 빨간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레드 콤플렉스를 뒤엎었다. 푸른 색에서 빨강으로 당색을 교체하는 파격을 시도했다. 그때부터 빨강이 한국의 보수정당을 대변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자격을 잃고 신당을 창당한 이준석과 "갈 길 가겠다"며 1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진 이낙연. 거대양당에 도전하는 두 전(前) 당대표는 오렌지색과 남색을 골랐다. 또 지난해 창당한 '새로운선택'은 무려 다섯 가지 색을 사용하고 있다.

◆고개 드는 신당들, 그야말로 '각양각색'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의 가칭 '개혁신당'은 오렌지색(#F37924)을 상징색으로 정했다. 이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게시물에 사용되는 바탕색으로 추측됐으나,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황색 배경에 검은색 글씨로 "신당의 키 색상은 이겁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늘보다 나은 내일 개혁신당'이라는 로고를 게시했다. 개혁신당은 '개혁오렌지'라는 이름을 붙이고 역동성과 미래지향성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엔 무슨 色일까…정당의 색깔정치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2020년 안철수 의원이 창당했던 국민의당 역시 주황색을 써 벌써부터 '안철수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개혁신당 측은 "당연히 고려한 부분"이라며 "현재까지 모든 정당이 사용했던 색 중 안 겹치는 색은 찾기 힘들다. 개혁신당의 의지과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오랜 고민 끝에 결정된 색"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상직색은 현실적으로 짚어야 할 부분도 많다. 이번 '개혁오렌지'는 모자·외투·현수막 등을 제작했을 때도 잘 구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11일 창당한 '새로운선택'은 민트색 (#1AD199), 파란색 (#2666FF), 핑크색 (#F1475F), 보라색 (#673AB7), 청록색 (#03A389)을 사용한다. 이 중 보라색과 청록색은 '세 번째 권력'의 색이다. 최근 정의당에서 탈당한 류호정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의당의 계파였던 세 번째 권력은 새로운선택과 연합정당을 꾸리고 있다. 새로운선택 관계자는 "민트색, 파란색, 핑크색은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에서 사용한 색"이라며 "이후 세 번째 권력과 연합해 두 색을 더 추가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의사과정을 거쳐 당색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가칭 '새로운미래'는 기존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듯 짙은 남색(#182752)을 사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비주류 혁신계 의원모임 원칙과상식의 신당 가칭 '미래대연합'은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보라색을 사용했다.

이번엔 무슨 色일까…정당의 색깔정치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보수정당, 푸른 색에서 붉은 색으로
국민의힘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그리고 그 앞의 새누리당 시절부터 빨간색을 사용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붉지 않았다. 푸른색을 사용했다. 1997년 11월21일 창당한 한나라당은 한반도를 곡선으로 단순화시킨 흰 모양에 파랑(#0000A8)을 바탕색으로 한다. 이 파랑은 신한국당때도 사용됐다. 2004년 3월23일부터 새누리당이 되기 전까지는 하늘색(#0095DA)을 기본으로 사용했다. 이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당이 위기에 내몰리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로고를 교체하며 바탕색도 옅은 파랑으로 바꿨다.

이어 새누리당은 붉은색(#C9252B)을 당색으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이명박 정부와 차별을 하기 위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색까지 바꾼 것이다. 당색을 바꾸면서 '정체성' 논란도 벌어졌는데, 민주당이 이미 푸른색을 차지했기 때문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됐다. 현재 국민의힘은 기본 로고는 흰 바탕에 빨강을 쓴다. 여기에 하늘색을 더한 상징색을 쓰기도 한다. 국민의힘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혁신과 생명의 붉은색은 밝은 내일을 이어가는 국민의힘의 정열과 진취적 자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당색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인이 있다. 뜻은 다르지만 음은 '홍(紅)', 별명은 '레드'. 이런 홍(洪)준표 대구시장도 파란색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TV토론 당시 푸른색 넥타이를 했는데,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이 이를 두고 "요즘엔 넥타이도 파란색만 매고 있다"고 하자 홍 시장은 "원래 파란색은 한나라당색"이라며 "넥타이 색으로 시비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받아쳤다.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을 필두로 꾸려진 중도보수노선의 바른정당은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는 의미로 하늘색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엔 무슨 色일까…정당의 색깔정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표. 연합뉴스
이번엔 무슨 色일까…정당의 색깔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 영남일보 DB

◆민주당계열, 靑·綠·黃 주로 사용
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을 사용하고 있다. 1955년 창당해 1961년 해산한 민주당에서부터 남색(#000080)계열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를 선언하고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고른 초록색 (#009A4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서 주로 사용한 노란색 (#FFD918), 2013년 민주당으로 개명한 후 지금의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사용하는 파란색 (#004EA1)이 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로고는 디자이너 전문가로 정계에 입문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이 디자인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손 전 의원은 정계입문 전부터 노무현재단의 로고를 디자인,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라는당명과 로고로 바꾸며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란색도 역사가 깊다.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황색 돌풍'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여소야대 정국의 제1 야당이 됐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 회원들은 노란 스카프를 둘렀다. 이후 열린우리당의 상징으로 사용되다, 2013년 정의당이 노란색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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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1대 총선 선거운동 첫날인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각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이 출근길 시민들의 표심을 잡기위해 열띤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영남일보 DB

◆"끼워맞추기" vs "쉽게 구분"…전문가 "한국에선 글쎄"
유권자들은 '색깔정치'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수도권에 정착한 백 모(31·여)씨는 "정당의 색깔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우현(31·대구)씨는 "선거운동원들이 옷을 맞춰 입은 것을 보면 고정관념이 생긴다.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구분이 쉽다는 장점을 든 시민도 있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최소영(29·여)씨는"색은 글씨(정당명)보다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 흔하고 효과 높은 홍보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60대 여성 성 모씨는 "색 덕에 정당이나 지지하는 후보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고 전했다.

색은 정치 또는 이념에 관련이 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가 옅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영남대 정병기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우리나라에서는 색깔과 정치가 이어지는 고리가 약하다"며 "당명은 물론이고 당을 상징하는 색 역시 자주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당시 비대위원장이 빨간색으로 당색을 바꾼 것은 파격이었다. 그러자 민주당은 청색 또는 녹색 계열의 색을, 노동자 정당인 정의당이 유럽에서는 부르주아 정치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연쇄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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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뉴스팀 박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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