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현산 본사 위치한 서울 용산역서 집회
"공기 연장, 추가 공사비 44억 원 요구 부당"
대구 서구 사업장 등에도 공사비 증액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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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에서 바라본 대구 아파트 모습. <영남일보DB> |
대구지역에서 아파트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을 빚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핵심 입지로 관심을 받고 있는 범어우방1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현재 시공사의 추가 공기 연장 및 공사비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조합 측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1년에 두 차례나 6개월씩 공사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공기를 늘이는 데다 추가 공사비로 44억원을 또 요청한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조합 측은 "시공사가 양보 없는 협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17일 현산 본사가 위치한 용산역에서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조합원 12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현산과의 1차 도급계약 변경 때 공사 기간을 6개월 연장해 줬고, 공사비도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액(1천200억원)보다 185억원 높은 1천385억원으로 증액 승인했다. 하지만 9개월 지난 지난해 11월 또다시 공사 기간 6개월 연장과 함께 추가 공사비 44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 측은 1차 도급계약 변경 당시 다시는 공사비 인상이나 공기연장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놓고 뒤집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선용 범어우방1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최근 공사비 증액 문제로 다투는 대부분의 건설사에서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액 수준의 규모로 조합 측과 협의를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올려줬는데도 적정 수준을 넘어선 추가공사비를 또 요구하는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 "공사가 늦어진 이유는 공사 초기 가설도로를 잘못 설계하는 등 현산의 잘못이 크다. 지난해 10월 일조권 소송에서 아파트 상부층의 7세대에 대한 공사금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는데 현산은 이를 구실로 추가공사비를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오는 3월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어 조합에서는 일반분양 보증서 발급 등 절차가 시급하다. 이런 조합의 약점을 빌미로 시공사에서 추가공사비와 공기 연장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범어우방1차뿐 아니라 대구 서구의 한 사업장에서도 시공사에서 원자재값,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수백억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 조합과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시공사가 추가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아파트 단지 입구를 막아서는 극단의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공사비 증액 갈등이 줄을 잇는 데는 2021년 하반기부터 원자재값·인건비 등 공사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 분양 경기 침체도 협의점을 찾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원재재값·노무비·인건비 등의 공사비가 2021년 하반기에 비해 약 35% 올랐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에 시공사가 공사를 하고도 적자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공사비 증액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합 측에서도 공사비 증액과 관련해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분양 경기가 침체돼 시가가 받쳐주지 않다 보니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라며 "재건축조합은 공사비 증액과 분양 저조 영향으로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단지가 대부분이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단지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들린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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