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부터 농업인이 잘사는 세상 만들고파
'소통'에 앞서 '경청'이 먼저, 매일 지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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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수(54) NH농협은행 대구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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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을 맞은 전경수(54) NH농협은행 대구본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All is well(모든 게 잘될 것)."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 등장하는 대사다. 주인공은 인도식 영어 발음으로 '알 이즈 웰'을 외친다. 문장 자체가 가진 긍정의 힘이 마치 주문과도 같다. 전경수(54) NH농협은행 대구본부장의 좌우명이자, 자신을 향한 각오다.
취임 한달을 맞은 전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긍정 에너지가 넘쳐났다.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했다.
경북 구미 오상고를 졸업한 그는 경북대를 졸업한 뒤 1997년 농협은행 경북본부에 입사하면서 '농협맨'이 됐다. 학창시절 그에게 '농촌'은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다. 부모를 돕기 위해 매일 밭에 나갔던 탓에 '농사 일'은 힘들고 지겹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만큼 오기가 생겼다. 농업인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농협에 입사한 이유기도 하다.
그는 "고등학생 때는 공부가 싫어 '농땡이'도 많이 피웠다.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며 "막상 대학에 떨어지니 농사지어 뒷바라지하시는 부모님을 뵐 낯이 없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설악산을 찾았다. 산 정상에서 공부에만 전념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했다. 반전도 있다. 그는 "설악산이 너무 높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여하튼 그는 하산 후 학업열을 불태웠고, 결국 대학에 들어갔다.
자신의 첫 기업 대출업무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들려줬다.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경산의 한 농산물가공업체가 첫 기업 고객이었다. 절치부심 끝에 일반 대출상품이 아닌 '농업법인 및 가공업체 운영자금 지원' 상품을 적용해 숨통을 틔워줬다. 수 십년이 지난 현재 업체는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농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타 시중은행은 외국자본이 최고 70%까지 유입됐지만, 농협은 농업인과 지역민이 100% 출자해 운영하는 공익 법인이다. 그런 만큼 은행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도 지역사회에 환원되고 있다"고 했다.
직원들 말도 많이 경청하겠다고 했다. '소통'에 앞서 '경청'이 먼저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카카오 프렌즈 중 '라이언'이라고 했다. 그는 "라이언은 큰 귀에 자상한 눈을 갖고 있지만, 입이 없다"며 "큰 귀로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라이언처럼 직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요즘 가장 중요한 스케줄은 지점 방문이다. 하루 한 지점만 찾아 열심히 듣기 위해서 보여주기식 일정이 아닌 셈이다.
전경수 본부장은 "고금리 환경에 모두들 힘겨워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이겨낸다면 더 단단해 질 것 "이라며 "농업인과 지역민을 위해 질 높은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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