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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한 도시 1천개의 이야기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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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아라비안 나이트는 여인들에 대한 불신을 가진 왕이 신혼 첫날 밤을 보낸 후에 왕비를 처형하는데 현명한 새 왕비 세에라쟈드가 매일 밤 이야기를 통해 왕국 처녀들의 목숨과 본인의 목숨을 구한 이야기이다. 1천1일 동안 총 280여 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리퀴드 폴리탄은 액체를 의미하는 리퀴드(liquid)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탄(politan)의 합성어로 액체처럼 유연한 도시를 말하는데, 최근 인구 감소 시대에 들어 사람들이 정주하는 기존의 '고정된 도시'에서 다양한 구성원이 머무르고 연결되고 잠시 체류하는 '유연한 도시'로,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를 얘기하기 위해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소개했다. 사실 우리보다 먼저 지방 소멸이 진행된 일본에서는 2018년 관계 인구, 교류 인구의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발표한 적이 있다. 정주 인구 한 명이 사라짐으로 발생한 경제적 가치의 손실을 외국인 8명(숙박), 내국인 관광객 25명(숙박), 내국인 당일 관광객 81명이 오면 메울 수 있다는 발표이다. 정주 인구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인구의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지금, 관계 인구, 교류 인구를 늘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는 한 도시 여러 개의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 도시 하나의 이야기는 너무 뻔하다. 최근 서울에서는 신당동이 MZ 세대 핫플이 되면서 힙당동으로 불린다고 한다. 신당동은 조선시대 무당의 신당이 많아 그렇게 불렸었는데, 이 동네의 유래나 분위기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리면서 힙당동이 되었다는 것이다. 성수동, 경리단길, 인사동, 연트레인, 힙지로 등등 서울에는 다양한 유래와 이야기에 기반한 다양한 동네들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각각의 사람들을 모으고, 다른 이야기는 사람들을 다시 방문하게 만든다. 독립 소상공인의 도시로 유명한 미국 포틀랜드에도 50여 개의 다른 상권이 네트워크로 모여 하나의 포틀랜드를 구성한다고 한다. 한 도시 다른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둘째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최근 파묘 장제현 감독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는 파묘 시나리오를 만든 게 아니라 만난 것이라고 얘기했다. 2년간 무당, 장의사 등을 따라 다니면서 이 이야기를 만났다고 얘기했다. 외부의 청년들을 데려와 지역의 가치와 만나게 하라는 것이다. 연인원 10만명이 방문하는 문경 화수헌의 성공 비결도 오래된 한옥의 가치를 부산 청년들이 만나 발굴했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뷔자데'라는 말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를 말한다. 민간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해 익숙한 가치들을 낯선 청년들의 눈으로 만나게 해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1천개의 다른 눈은 1천개의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셋째는 브랜딩의 중요성이다. 도시 브랜딩은 단순한 장소에서 그 도시를 목적지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 사람들이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목적지 말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은 원래 도시 중간에 6th 스트리트 라는 라이브 뮤직 바가 몰려 있는 거리가 있고, 여기에서 출발해 '세계 라이브 뮤직의 수도'라는 브랜딩을 했다. 오스틴에는 250여 개의 라이브 바가 있고, 방문객들은 이 바들을 만나고 탐험하기 위해 며칠씩 도시에 머무른다. 브랜딩은 점처럼 떨어져 있는 도시의 이야기들을 연결선으로 면으로 만들어 방문객을 숙박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매일 밤 다른 이야기들이 세에라쟈드의 생명을 구했듯이, 하나의 도시 1천개의 다른 이야기는 도시를 구할 것이다.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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