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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출산·육아 짐 덜어주고 재취업 이끄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2024-05-14

[연중기획 :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 경단녀 증가, 지방소멸 부추긴다

[연중기획 :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출산·육아 짐 덜어주고 재취업 이끄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42.6%, 8.9년'. 국내 만 25~54세 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경단녀)의 비중과 평균 경력단절 기간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여성 절반가량이 회사를 떠나 9년간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단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맹점으로 오랫동안 작용해 왔다. 여성의 저조한 경제 참여율은 국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의 경단녀 문제는 초저출산은 물론 지역 침체 및 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작년 전체 경단녀 수 135만명
대구 6만9천명·경북 6만2천명

경제활력 저하·초저출산 초래
생산성↓막대한 사회적 비용

초고령화 시대 준비도 어려움
소멸위기 지방 위기감 더 커져


[연중기획 : 인재가 지역을 바꾼다] 출산·육아 짐 덜어주고 재취업 이끄는 사회 분위기 만들어야
◆ 한국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OECD 최하위권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OECD '2022년 성별 및 연령 지표'에 따르면 한국 여성(만 15~64세 기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1.8%로 조사됐다. OECD 평균치(65.8%)보다 4% 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순위로 따지면 전체 회원국 38개국 중 31위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이 저조한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적 원인과 더불어 '경단녀'가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경단녀 수는 134만9천명에 달한다. 경단녀의 일부는 오랫동안 경제 활동을 못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재취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여성들의 경력 단절 사유를 살펴보면 결혼이 34.6%로 가장 많았고, 육아(30.1%), 임신·출산(26.3%), 가족 돌봄(4.8), 자녀 교육(4.1%) 등이 뒤를 이었다. 자신의 문제보단 대부분 가족과 관련돼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대구·경북 경단녀(15~54세 기혼여성 중 결혼, 출산 등의 사유로 현재 미취업 상태인 여성) 수는 13만1천명에 이른다. 대구가 6만9천명, 경북은 6만2천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2014년에 비해 대구는 38.9%, 경북은 38.6% 줄어든 수치지만, 대구·경북 기혼여성의 인구가 감소한 것을 감안 하면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지난해 대구지역 15~54세 기혼여성은 모두 36만6천명으로 2014년(47만5천명)보다 22.9%, 경북(37만4천명)은 2014년(47만9천명) 대비 21.9% 감소했다. 지역 여성 수가 줄어들고 결혼도 늦어지면서 경단녀 규모도 덩달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개인이 아닌 국가전체 문제

'경력 단절'은 비단 한 여성의 인생에서 '못다 이룬 꿈'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경력 단절 여성의 증가는 사회적 비용을 추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경력 단절을 '등산'에 비유했다. 그는 "등산을 하던 중 잠시 쉬게 되면 다시 탄력받기까지 상당한 힘이 소요된다"며 "정치·사회·경제의 모든 부분이 굉장히 빨리 변화하고 있는데, 경력 단절이 발생하면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의성, 신속성, 전문성이 함께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계속해서 경제 활동인구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은 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결국 경제 활력 저하, 생산성 감소, 대체 인력의 고용 불안정성을 낳는다"고 분석했다.

여성 개인의 경제적 자립 능력이 낮아지면서 초고령화 시대 노후 준비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노령연금을 타는 여성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39만845원이다. 남성 월평균 수령액(75만6천898원)과 비교 시 2배 이상 적은 규모다.

여성 경력 단절은 국가 생산성 저하는 물론 초저출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이 경력 단절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일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선 은연중에 출산과 육아를 꺼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문제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방의 체감도가 훨씬 크다.

이미 대구와 경북지역 합계 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지난해 0.70명, 0.86명으로 2014년 대비 각각 0.46명, 0.54명 감소한 상태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의 증가 또는 청년 여성이 경험한 성별 고용률 격차의 감소는 합계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실제 무자녀 여성의 조건부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 단절 확률은 28%에서 24%로, 4%포인트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또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한다면, 경력 단절 확률을 최소 14%포인트(2023년 기준)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의 짐에서 벗어나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정희 대구 달서여성새로일하기센터 팀장은 "현재 인구 감소와 비출산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경단녀 문제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만 지방소멸 해소를 위한 대응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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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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