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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경북 경주 감포읍 오류리, 비단 펼쳐놓은 듯한 백사장·그윽한 솔숲…"쉬어가도 괜찮아"

2024-06-21
[주말&여행] 경북 경주 감포읍 오류리, 비단 펼쳐놓은 듯한 백사장·그윽한 솔숲…쉬어가도 괜찮아
오류고아라 해변. 솔숲이 그득하고 모래밭과 솔숲 사이에 산책로가 길다. 많은 사람들이 솔 그늘에 앉아 있고 몇 그루 야자수는 모래에 발을 묻고는 태양 아래 솟대처럼 서 있다.
철썩, 철썩. 파도 없는
잔잔한 바다에 파도소리 난다.
이상도 하다, 갸우뚱대며
돌아서자 철썩, 철썩, 파도가
걸어온다. 검은 고무 옷을 입은
검붉은 얼굴의 여인이 파도 소리를
내며 걸어온다. 곱슬거리는
짧은 머리카락에서 바다가
뚝뚝 떨어진다. 그녀가 걸어 나온
바닷가에 해녀의 집이 있다.
젊은 중년의 남자가 무언가를
트럭에 싣는다. 여전히 파도소리를
내는 그녀는 바다에서 무엇을
가져왔을까. 남자는 할 일을
다 마치고도 한동안 트럭 주변을
어슬렁대며 바다를 보았다.
느린 파도소리만 들리는
해변의 짧은 오후였다.

◆ 연동마을과 보릿골

[주말&여행] 경북 경주 감포읍 오류리, 비단 펼쳐놓은 듯한 백사장·그윽한 솔숲…쉬어가도 괜찮아
동경주의 북쪽 끝 마을인 연동마을은 어촌체험마을이다. 몇 년 사이 어촌뉴딜 사업을 거쳐 거리가 정비되고 쉼터가 조성되는 등 화사하고 아기자기하게 변했다.
해녀의 집을 지나자 분홍색 광장을 가진 항구가 나타난다. 눈부시게 하얀 외벽에 선명한 주황색 지붕과 아치 회랑이 있는 유럽식 건물이 항구를 향해 서 있다. 그리고 그 하얀 벽에 '연동어촌체험마을 펜션' '카페 연동' 등의 간판이 걸려 있다. 연동은 동경주의 북쪽 끝 마을이다. 감포읍 오류리에 속하는데 오류1리는 선창, 2리는 척사, 창암, 3리는 오류, 4리가 보릿골과 함께 연동이다. 연동은 고려 말엽 성씨가 다른 세 집이 이주해 와 마을을 일구었는데 그때 마을 연못에 연꽃이 많아 연동(蓮洞)이라 불렀다고 한다. 구한말에서 광복 직전까지는 염전이 있어 염동(鹽洞)이라 부르기도 했고, 또 포항 장기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지경(地境)이라고도 부른다. 가까운 바다에 해녀의 상체가 쑥 솟구치더니 다시 사라진다. 이 마을에 약 20명의 해녀가 있다고 한다.

[주말&여행] 경북 경주 감포읍 오류리, 비단 펼쳐놓은 듯한 백사장·그윽한 솔숲…쉬어가도 괜찮아
오류고아라 해변의 솔숲 끝에서 남쪽 끝 곶까지를 창바위 마을이라 한다. 색색으로 칠해진 해변 길 한가운데에 큰 바위가 툭툭 놓여 있다.
오래전에 온 적이 있다. 이후 두어 번의 어촌 뉴딜300 사업이 진행됐었다고 한다.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조용한 골목 담벼락에 늘어선 젓갈 고래통들은 옛 모습 그대로다. 항구에 서 있던 등대는 붉은 몸체의 양쪽에 귀마개처럼 치미를 단 '치미등대'였는데 치미가 사라졌다. 푸른 돛 모양의 집라인인 아라나비도 사라졌다. 광장은 색을 입었고 전망대 같은 쉼터가 생겼다. 바위에 올라서 있는 연화정(蓮花亭)은 그대로다. 전망대 쉼터에서 연화정까지 이어지는 작은 모래밭에는 계단형의 해안 마실 마당이 생겼고 파고라 등의 그늘막도 설치되어 있다. 높은 돌담을 가진 해녀 사랑방은 있었던가, 없었던가. 마을에 차가 많다. 레고 블록 같은 규모 큰 펜션과 24시간 편의점도 있다. 물 하나 사러 들어갔다가 음료수 6병을 안고 나온다. 어디서나 쇼핑은 위험하다.

연동마을에서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야 오류4리 보릿골이다. 한자로 모곡(牟谷)이라 하는데 옛날 한 선비가 지나가다 들판에 야생보리가 자라는 것을 보고는 터를 잡고 보리를 심었더니 잘 자랐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마을은 아주 작다. 오류천을 경계로 오류고아라 해변과 이웃하고 있는데 연동보다는 척사에 훨씬 가깝다. 초승달 같은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바지에서 잠시 멈춘다. 식당 주차장이라는 안내판에 눈치를 살피며 수풀에 가려져 한 조각으로 모습을 드러낸 오류천과 넓디넓은 해변을 본다. 이 언덕 아래에 보릿골의 갯가 집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을 것이다. 대체 어디에 보리를 심었을까. 길가에 오류3리와 오류1,2리가 갈라지는 도로 표지판이 서 있다.

해녀 20여명 사는 연동마을
쉼터·펜션·카페 등 들어서
드넓은 오류고아라해변
산책로·오토캠핑장 조성

창바위마을 도로 곳곳에
큰 바위 우뚝 솟아 눈길
척사항 방파제 에밀레종등대
매일 두차례 종소리 울려

◆ 척사마을의 오류고아라 해변

[주말&여행] 경북 경주 감포읍 오류리, 비단 펼쳐놓은 듯한 백사장·그윽한 솔숲…쉬어가도 괜찮아
척사항 등대. '성덕대왕신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에밀레종 등대'다. 매일 낮 12시와 오후 6시에 40초간 실제 '에밀레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해변은 오류2리 척사마을의 오류고아라 해변이다. 일제강점기 때, 백사장의 모양이 길게 펼쳐놓은 비단을 자로 잰 듯하다고 해서 척사(尺紗)라고 했다 한다. 해변의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해서 장사(長沙)라고도 부른다. 해변을 따라 솔숲이 그득하다. 모래밭과 솔숲 사이에는 산책로가 길다. 꽤 많은 사람들이 솔 그늘에 앉아 있고 몇 그루 야자수는 뜨거운 모래에 발을 묻고는 태양 아래 솟대처럼 서 있다. 뒤돌아서면 주차장과 오토캠핑장이 가지런하고 그 뒤로 멀리 산들이 첩첩이다. 저 먼 산을 향해 서쪽으로 긴 골짜기에 오류3리 오류(五柳)마을이 있다. 옛날에 다섯 그루의 큰 버드나무가 있었다는 마을이다. 오류리라는 이름이 바로 이 마을에서 나왔는데 4개 리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는 골짜기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과수 농사를 짓는다. '감포 사람들은 오류3리 과일을 먹고 산다'고 한다.

오류고아라 해변의 솔숲 끝에서 남쪽 끝 곶까지를 창바위 마을이라 한다. 색색으로 칠해진 해변 길 한가운데에 큰 바위가 툭툭 놓여 있다. 심지어 어느 댁 집 앞에도 바위가 있다. 마을길을 닦으면서 이 바위들을 부수지 않고 둔 모양이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멀리 보아도 가까이 보아도 어쩐지 신통하다. 어느 댁 집 앞의 바위 아래에 누군가 가꾸는 꽃이 피어 있고, 창(槍)바위가 저 곶인지 이 바위들인지는 알 수 없다. 곶 너머는 척사항이다. 곶을 넘는 오솔길은 있지만 자동차는 곶을 둘러 항구로 내려선다. 척사항 북방파제에 서 있는 빨간 등대의 가슴속에 커다란 종이 매달려 있다. '성덕대왕신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에밀레종 등대'다. 매일 낮 12시와 오후 6시에 40초간 실제 '에밀레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등대 아래에 텐트 하나가 세월 좋게 앉아 있다.

[주말&여행] 경북 경주 감포읍 오류리, 비단 펼쳐놓은 듯한 백사장·그윽한 솔숲…쉬어가도 괜찮아
오류2리 척사항의 에밀레종 등대와 멀리 오류1리의 송대말 등대. 송대말 주변으로 암초가 아주 많다고 한다.
멀리 오류1리의 송대말 등대가 보인다. 감포항 북방파제와 송대말 곶은 오류1리 선창(船倉)마을에 속한다. 선창은 배를 넣어두는 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또 조선 중종 때 감포 영성을 구축해 수군만호를 두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성 안에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가 있었다고 해서 성창(城倉)이라고도 불렀다.

좁다란 척사길 따라 송대말 아래까지 간다. 바짝 조여진 담벼락에 벽화가 빼곡하다. 방파 옹벽 위에서 텀블링을 하며 노는 두 외국인 청년을 본다. 눈을 몇 번이나 감았다 떠도 헛것이 아니다. 척사마을 곳곳에 '어촌 뉴딜 300사업'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2021년에도 뉴딜 사업이 진행됐는데 또 무언가 변화될 모양이다. 바다 가운데 노란 등대가 보인다. 등대는 갑돌방 바위에 서 있다. 갑돌방이 165㎡(50평) 정도라니 엄청나다. 송대 주변으로 얼마나 많은 바위가 있을런가. 선창고갯길 넘어 감포항으로 간다. 길가 가파른 언덕 사면에 있는 선창제당과 당나무를 스치며 속으로 빈다. 빌 것이 많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나가 4번 국도를 타고 감포 방향으로 간다. 나정교차로에서 좌회전해 31번 국도를 타고 가면 감포항 지나 선창 고갯길 넘어 북쪽으로 오류리의 마을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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