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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진혼제(鎭魂祭)

2024-07-11

[취재수첩] 진혼제(鎭魂祭)
장석원기자〈경북본사〉

대만에 위치한 예류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은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명소로 꼽힌다. 이 공원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자연 지형으로 유명하다.

여러 가지 형태의 바위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사암이 침식을 견디고 하부암석이 바람과 바닷물에 의해 서서히 침식되어 형성된 결과다. 버섯 모양의 바위와 벌집 모양의 바위 등 다양한 형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이곳은 대만에서 지질학적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하지만 공원에서는 방문객들이 꼭 준수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공원 곳곳에 그려진 빨간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관리요원에게 제지를 당하거나 출입이 금지될 수 있다. 이는 강한 파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린텐전(林添禎) 동상을 만날 수 있다. 1964년, 린텐전은 중국 대학생을 구하려다가 불행히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용기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웠다. 이 동상은 파도가 많이 치고 배들이 많이 다니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런 까닭에 대만 어부를 기리는 조형물임과 동시에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는 상징의 의미도 들어있다고 한다.

최근 예천군 고평교 인근 월포생태공원에서는 지난해 수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주민들과 해병대원 고(故) 채 상병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가 열렸다. 이곳은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 상병의 시신이 수습됐던 곳이다. 특히 이날 행사는 주민들이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한 것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보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행사의 공동대표를 맡은 안도현 시인은 "이번 진혼제는 관변단체 없이 순수하게 주민이 자발적으로 준비를 한 것"이라며 "특검 같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 비명에 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는 마음에서 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채 상병에 대한 특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시점에서 대만 예류지질공원에 있는 린텐전 동상 같은 숭고한 의미를 담은 기념물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애도와 기억의 중요성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장석원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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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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