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 인프라 곳곳 들어서니 청년예술가 작품이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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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내에 있는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는 지역 청년 융합플랫폼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공간들로 꾸며졌다. |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단 하루도 열심히 안 한 적이 없는데 단 하루도 마음 놓고 쉰 적 없이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근데 아, 결과가 왜 이 모양이고?"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의 주인공이자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미진의 하소연이다. 요즘 청년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청년들 앞에 쌓인 난제들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사회적, 경제적인 상황이 얽힌 복합적인 문제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전하는 청년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디딤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힘내~ 힘을 내봐!'가 아닌 '이걸 해보면 어때?' '여기 가보면 어때?'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곳이 있다. 청년이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경산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도시인 경산은 지역 인구 소멸의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줄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경산시는 지역 대학의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지역을 이끌 인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주 환경을 바꾸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7년, '청년희망도시 경산'을 선포한 이래 청년 문화거리 조성과 청년문화 활성화의 초석을 다질 '청년희망 Y-STAR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청년들의 상상력을 사업화하는 '청년희망 팩토리'와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산업 육성 사업' 등을 추진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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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 융합플랫폼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 녹음실에서 청년들이 녹음작업을 하고 있다. |
최근엔 지원에 그치지 않고 청년 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청년 중심의 복합 문화 공간인 '청년지식놀이터'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돕는 '42경산' '청년희망 Y-STAR 프로젝트'의 거점 공간으로 2022년 개소한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를 중심으로 청년의 공간을 구축하고, 이를 청년 사업가 양성 및 벤처기업을 지원할 임당 유니콘 파크와 연계해 도시 전체를 청년의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청년들에게 공간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곳에서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사람을 만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산의 청년을 위한 공간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을까.
Y-STAR 프로젝트 청년 창작 지원
올핸 저작권 등 경제적 도움까지 추진
YG엔터 사회 공헌 장소 선택되기도
경산청년지식놀이터도 이달 문열어
청년 니즈 맞춘 북카페·동아리실 조성
'사람책도서관' 운영해 노하우 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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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 융합플랫폼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 스튜디오에서 청년들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
◆청년 희망 도시 구축을 위한 와이스타 프로젝트(Y-STAR PROJECT)
영남대학교 박물관 앞쪽으로 걸어가면 노란색과 보라색, 검은색의 재미있는 컨테이너형 건물인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를 만난다. 지상 2층의 4개 동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 앞에 서면 저절로 한마디가 터져 나온다. "힙하다."
경산시는 '경북도 청년행복 뉴딜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지역 청년문화 거점 공간 구축과 청년 문화 활성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청년희망 Y-STAR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경산을 문화 향유의 도시로 바꾸는 원데이클래스, 청년 예술가 공연 및 전시 지원, 지역민과 청년 예술가를 이어 줄 장소 제공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영남대 내에 들어선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는 청년희망 Y-STAR 프로젝트의 거점 공간으로 지역 청년을 위한 융합플랫폼이다.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가 들어서면서 학교 안팎을 나누던 담은 허물어지고, 풀이 무성했던 자리에는 청년 예술가들의 작품이 꽃처럼 피어났다.
'Young'과 'Youth'의 첫 글자인 'Y- STAR'의 이름을 딴 건물들은 문화·예술 활동에 꼭 필요한 공간들로 꾸며졌다. S동(Street·거리)은 공유 작업실, T동(Talent·재능 인재)은 문화 공연 및 콘텐츠 제작 지원 공간, A동(Art & culture·문화예술)은 공유판매점 및 커뮤니티 공간, R동(Region·지역)은 힐링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설계에만 장장 1년 반이 걸릴 만큼 협의와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공간이다.
2022년 개소 이후 지역 청년들이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는데, 그중 지역청년예술창작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2회째를 맞은 '아트-스타(ART-STAR)'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프로그램으로 평가를 받았다. 아트-스타에 참가한 18개 팀의 청년 예술가들이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를 거점으로 약 4개월 동안 창작활동을 벌였는데, 해금·거문고·타악기 연주자들로 구성된 '어라우즈'팀은 아트스타를 통해 3곡의 연주곡을 만들어 내고,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도 성공리에 마쳤다.
긴 시간 내실을 다지며 청년희망 Y-STAR 프로젝트를 5년째 수행하고 있는 '청년희망 Y-STAR 사업단'의 3인방 김정미, 안병욱, 전유리 프로젝트 매니저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밝은 미소에 자신들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도우면서 느낀 점은 예술 활동이 경제활동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 청년들이 경산에 정주하면서 예술 활동을 펼치려면 경제적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 '와이낫츠'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사회와의 경제적 소통을 시도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와이낫츠 협동조합은 처음 5명의 시각디자이너로 시작해 공공디자인과 일러스트 디자인 과업을 진행해 왔는데, 지금은 조합원도 22명으로 늘고 미디어 콘텐츠 제작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올해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려는 도전을 시작한다. 예술 IP 성공 플랫폼 구축 사업인 '아트-스타업 (ART-STAR UP)'을 통해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청년희망 Y-STAR 사업단의 안병욱 프로젝트매니저는 "Y-STAR 경산 청년창의창작소는 테스트베드의 형태로 계속해서 실험하고 도전하고 그렇게 청년들이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다. 앞으로 청년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렇다. 공간은 공간을 채운 사람들로 인해 변화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공간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찾기 마련이다. 유명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지역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인 '프로젝트 유어사이드'의 장소로 Y-STAR 경산청년창의창작소를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아이돌 앨범과 의상 전시, YG 오디션 및 오디션 특강을 만나는 경험이 가능한 경산, 경산의 공간이 힙(Hip)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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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 권의 웹툰을 열람할 수 있는 경산청년지식놀이터 북캠핑존. |
◆청년이 머물고, 놀 수 있는 공간의 탄생, 경산청년지식놀이터
청년 희망 도시의 핵심이 될 또 하나의 공간이 지난 1일 경산에서 문을 열었다. 2019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생활 SOC 복합화 사업 공모를 통해 국비 포함 총 198억원을 투입해 건립한 '경산청년지식놀이터'다. 생활 SOC 복합화 사업은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공간을 조성해 직접적인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생활밀착형 사업이다. 경산은 사업의 초점을 '청년이 머물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맞췄다. 경산청년지식놀이터가 개소한 날에는 약 1천명의 방문객이 찾았는데, 그중 70%가 청년이었을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경산청년지식놀이터는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은 북카페와 다목적 홀, 2층은 사람도서관, 3층은 스터디카페와 콘셉트형 열람실, 4층은 동아리실과 미디어실·600여 권의 웹툰이 있는 북캠핑존, 5층은 헬스장 및 운동 시설, 6층은 U-SPORTS ZONE, 7층은 다목적 체육관으로 꾸며졌다. 다양한 문화 시스템이 층층이 채워진 '경산청년지식놀이터'는 청년과 시민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이곳 또한 공간이 탄생하기까지 청년의 니즈를 맞추기 위한 물밑 작업이 대단했다. 테이블 하나도 평범한 것이 없다. 대화가 편한 낮은 테이블은 순식간에 노트북 테이블로 변신을 한다. 1층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7층까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지식 탐구와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핵심이 되는 장소는 '사람 도서관'과 청년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갈 '동아리실'이다. 경산 청년들이라면 누구나 예약을 통해 무료 대여가 가능하다.
경산청년지식놀이터만의 특별한 도서관인 사람도서관은 사람이 직접 책이 돼 경험을 나누는 인적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독자에게 공유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책으로 등록 가능하며, 청년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 책을 선택해 그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다. 사람 책은 종교·정치·영업 분야를 뺀 모든 분야에서 가능하고 올해 100명의 사람 책을 모집할 예정이다. 취업과 관련된 선배들도 사람 책이 될 수 있지만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의 인생 선배들도 사람 책이 될 수 있다. 청년지식놀이터 1층에 입점한 카페 사장님도 사람 책으로 등록되어 있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청년들이라면 솔깃할 것이다. 지역의 인생 선배들과 지역 청년들의 연결은 지역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청년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 청년이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공간, 지금 경산은 청년을 위한 '특별한 공간'들로 새로운 청년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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