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절기도 중복 지나…
올여름 매미 소리 드물다
이전과 다른 무더위와 폭우
기상이변 대비와 환경 보호
풍요로운 가을을 기대하며
박순진 대구대 총장 |
주말 동안 시간을 내어 길을 나섰다. 무더위를 피해 도시를 벗어나 볼 심산으로 교외로 나가본다.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여름 장마철에 으레 오는 비쯤으로 여기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미처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맑던 하늘이 일순 어두워지며 마구 쏟아붓는 비를 만났다. 앞이 보이지 않고 운전이 어려울 지경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마치 아열대 지방의 맹렬한 스콜 같았다. 전에 없던 일이다. 올 들어 극한 호우가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일이 유난히 잦았다. 막상 직접 맞닥뜨리니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올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무더위와 폭우가 여간 아니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는 매미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곤 했다.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지난 시절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하던 익숙한 풍경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올해는 매미가 크게 울지 않는다. 열대야가 한창일 때는 밤늦게까지 매미가 맹렬하게 울곤 했는데 요새는 도시의 가로수나 아파트에 심어진 나무에서 매미 소리가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아파트 숲을 벗어나 교외로 나가도 매미가 예전만큼 소란스럽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여름철이면 무더위 속에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길고 긴 장마가 꿉꿉하게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을 앞두고는 연례행사처럼 태풍이 분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의 여름은 우리가 알던 보통의 여름이 아니었고 올해는 더욱 그런 듯하여 이래저래 걱정이 앞선다. 계절이 바뀌는 것은 자연이 정한 이치라고 생각해왔는데 최근은 도통 그렇지 않다. 이번 여름은 날씨가 예측 불가한 것이 전혀 예전 같지 않다.
무더위는 더 극성스럽고 최고 기온은 연일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장마철에 비가 좁은 지역에 집중되어 쏟아붓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날씨는 약과다. 지구 곳곳에서 기상이변으로 씨름하고 있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환경 재난이 현실화하는 듯하여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층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환경을 핵심 국가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돌이켜보면 작년에도 위험은 비슷했다. 이미 엄청난 재난을 경험하였다. 가슴 아픈 인명 피해도 여럿 있었다. 지난해의 피해를 아직도 온전히 복구하지 못했다.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예상되는 위험지역이 미처 제대로 대비되지 않은 채 다시 장마철을 맞이하게 되어 해당 지역에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비가 되어 있다고 하는 도시 지역에서도 상습 피해지역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땜질 처방에 기댈 수는 없다. 올해는 잘 준비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무더위와 장마가 한창이지만 절기는 어느새 중복을 지나고 있다. 아무리 전에 없던 심한 무더위와 극한 호우가 오더라도 부디 큰 탈 없이 무사하게 여름이 지나가기를 염원해본다. 해마다 여름이면 되풀이되는 더위와 장마 그리고 태풍을 맞으면서도 예전에는 계절이 바뀌면 누런 황금 들녘으로 대표되는 풍요로운 가을이 올 것이라고 으레 기대하곤 했다. 올해도 아무쪼록 큰일 없이 풍요로운 가을이 성큼 다가오기를 기원하면서 잠자리가 낮게 나는 가을 들녘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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