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돌·탄산약수…자연이 준 보물로 마을발전 견인
청송군 진보면 신촌1·2리와 고현리, 괴정1·2리 마을을 대상으로 한 신촌권역 종합정비사업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됐다. 65억원이 투입된 신촌권역 종합정비사업으로 권역활성화센터 및 목욕 시설(찜질방), 고추 세척·가공시설, 저온저장고, 꽃돌채굴 체험장 등이 조성됐다. |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풀어나가야 할 우선적인 과제다. 자연과의 공존은 빌딩 숲으로 우거지고 매연으로 가득한 도시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지일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지자체마다 공원과 같은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그래서 도시민들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간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을 벗어나고자 틈틈이 산과 들, 바다와 같은 자연을 찾는다. 자연은 이처럼 지친 도시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찾게 해 준다.
청송군은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지역의 발전을 꾀하는 도시다. '한반도의 허파'로 불리는 백두대간의 중부지역에 위치한 청송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2017년 5월 제주도에 이어 국내 두 번째이자 내륙에서는 첫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청송은 또 2011년 자연이 아름다운 주왕산면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파천면을 대상으로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2017년에는 슬로시티의 거점지역이 청송군 전역으로 확대되어 재인증을 받았고 2022년 세 번째로 재인증되었다. 청송군은 2015년과 2021년에는 모범적인 슬로시티 운동을 추진해온 도시에 수여하는 '슬로시티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산소 카페 청송 여섯 번째 이야기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으로 마을의 발전을 도모하는 청송군 권역종합정비 사업의 스토리다.
진보면 신촌권역 종합정비사업
65억 들여 권역활성화센터 등 건립
꽃돌카페·전시·채굴체험장도 조성
신촌약수 입소문 청송관광 필수코스
안덕면 방호정권역 종합정비사업
권역센터·마을회관 3개소 등 신축
센터 활용 숙박시설 운영 수익창출
주민 풍물단·영화상영 마을 활력소
신촌권역 군립 청송야송미술관. 야송 이원좌 화백의 청량산을 배경으로 한 실경 산수화 '청량대운도'가 전시되어 있다. |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신비한 신촌약수
청송군 진보면 신촌1·2리와 고현리, 괴정1·2리 마을로 이뤄진 신촌권역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종합정비사업이 진행됐다. 65억 원이 투입된 신촌권역 종합정비사업으로 권역활성화센터 및 목욕 시설(찜질방), 고추 세척·가공시설, 저온저장고, 꽃돌채굴 체험장 등이 조성됐다. 주민들은 이 사업을 통해 마을의 특산품인 사과와 고추를 비롯해 탄산 약수와 꽃돌을 활용한 마을의 발전을 도모했다. 특히 탄산 약수와 꽃돌은 자연이 준 보물로 마을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신촌 약수는 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 신촌리에 있다. 마을에는 여러 곳의 약수터가 있다. 신촌 약수는 언제, 누가 발견하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조선 말기에 '가장 맛이 무겁고 독특하며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니 마을에서 약수로 이용한 것은 적어도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진보면 신촌리 일대의 약수는 탄산수로, 이 지역의 지층이 주로 사암으로 이뤄져 여러 곳에서 많은 양의 약수가 용출되고 있다. 신촌 약수는 위장병에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나서 많은 방문객이 찾고 있는데, 주민들은 위장병은 물론 신경통·빈혈·부인병 등에도 효험이 있다고 말한다. 탄산 약수는 음식의 재료로도 사용되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약수로 끓인 백숙을 판매하는 식당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은 물론 맛도 좋아 청송 여행의 필수코스가 됐다.
지금은 내부 사정으로 찜질방만 운영하고 있지만, 권역활성화센터에서도 약수를 이용한 목욕탕을 운영했다. 당시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제법 됐을 정도로 꽤 인기를 누렸다. 아토피, 알레르기 등 피부 질환자들이 약수로 몸을 씻은 후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지금도 간혹 목욕탕 운영 재개를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아직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관계자들이 고민 중이다.
이내형 신촌권역 농촌체험휴양마을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최근 3년 동안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가 올해부터 다시 본격 운영하고 있다"면서 "센터가 활성화되고 마을이 발전될 수 있도록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촌권역 농촌체험휴양마을. 농촌 체험을 통해 방문객들은 지역 특산물을 맛보고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
◆시들지 않는 돌꽃이 피는 마을
권역활성화센터 1층 카페 '꽃돌'도 이 마을의 명물이다. 꽃돌 카페는 주민들과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제공해 주는 장소이자 꽃돌 전시관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꽃돌은 마을에서 채석되는 암석이며, 돌에 새겨진 무늬가 꽃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센터 2층은 강당과 사무실로 구성돼 있으며, 강당에서는 주민역량강화사업의 하나로 주 1~2회 건강 스포츠 체조 교실과 전통악기 강습이 열리고 있다.
카페 '꽃돌' 대표 김정수씨는 꽃돌 전문가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 대표는 유년기 시절 놀이로 시작한 꽃돌 채석이 평생 직업이 됐다. 꽃돌을 가공해 판매한 것도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다.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를 통해 청송 꽃돌의 역사를 접할 수 있었다.
희귀석인 꽃돌은 1970년대 마을을 찾은 수석 동호인들이 처음 발견됐으며, 점차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꽃돌을 발견한 동호인들은 마을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한 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인근 개울을 둘러보다 우연히 꽃돌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꽃돌이 명성을 얻으면서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 당시, 김 대표는 마을 뒷산과 개울을 돌아다니며 꽃돌을 채집하러 다녔다. 채집한 꽃돌은 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에게 판매했다. 꽃돌의 값어치가 제법 돼 쏠쏠한 용돈 벌이였다고 회상했다.
꽃돌의 종류는 수십 가지에 달한다. 해바라기, 국화, 목단, 장미, 달리아 등 60여 가지가 있다. 한 장소에서 다양한 종류의 꽃돌을 채석할 수는 없다고 했다. 꽃돌 종류마다 맥이 있다는 것. 이처럼 다양한 꽃돌을 얻기 위해선 종류별로 형성된 맥을 찾아다니며 채석해야 한다. 또 광석을 캔다고 해서 꽃무늬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도구를 이용해 표면을 연마하는 등 10여 단계의 작업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다만, 자연에서 풍화작용이 돼 표면이 깎이면 연마작업을 거치지 않고도 꽃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풍화작용이 된 꽃돌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한다.
김 대표는 "꽃돌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암석이며, 청송은 그 주산지다"며 "청송 꽃돌을 더욱 널리 알리면서 마을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싶어 꽃돌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촌권역 지역활성화센터 카페 '꽃돌'. 카페는 주민들과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제공해 주는 장소이자 꽃돌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
신성2리 주민 15명으로 구성된 풍물단은 60명 남짓의 조용한 시골 동네에 꽹과리, 북, 징 등 풍물 소리로 마을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관광자원으로 마을 수익 창출…참좋은 신성2리
경북도 민속문화유산인 방호정은 1619년 조선 시대 학자 조준도가 지은 정자로, 낙동강 상류 절벽 위에 있다. 조준도는 조선 중기의 학자로, 자는 경행(景行), 호는 방호(方壺)이다. 44세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사모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생모 안동 권씨의 묘가 보이는 신성리 신성계곡 절벽 위에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자의 이름도 어머니를 생각한다는 뜻에서 '사친(思親)' 또는 '풍수당(風水堂)'이라고 하였다. 1984년 12월29일 경북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방호정권역 종합정비사업은 마을의 유서 깊은 정자, 이 방호정의 이름을 따왔다. 안덕면 신성1·2리와 명당1·2·3리, 금곡리 등 6개 마을이 속해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추진한 방호정권역 종합정비사업은 국비 등 총 45억원을 투입해 권역활성화센터와 마을회관 3개소를 신축하고, 농산물 가공시설 설치, 농기계 공동창고 등을 조성한 사업이다.
신성2리에 있는 권역활성화센터는 마을회관과 숙박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숙박시설은 3개의 객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마을의 대표 관광지인 방호정을 비롯해 신성계곡과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 한반도 지형 전망대 등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머무른다. 코로나19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을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수익 중 유지관리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센터 강당에는 주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풍물단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풍물단은 신성2리 주민 1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전문 강사를 주 1회 초빙해 연습하고 있다. 60명 남짓의 조용한 시골 동네에 꽹과리, 북, 징 등 풍물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풍물단은 마을의 단합과 화합의 상징이 됐다. 풍물을 치며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어 호응도 좋다. 센터 강당에서는 한 달에 2번 영화 상영도 하고 있다. 선진지 견학을 진행하는 등 다른 지역 마을과 교류도 이어가며 견문을 넓히고 있다. '참좋은 신성2리'라는 마을 브랜드처럼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을 친절하게 맞는다.
배윤기 신성2리 이장은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고향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단합과 마을의 발전을 위한 사업도 지속적으로 발굴해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마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유병탁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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