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데구치와 경기에서 지도 3개로 반칙패
할머니 유언에 따라 한국행, 입단 과정에서 독립운동가 허석 5대손 알게 돼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딴 허미미가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 올림픽 유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도 여자 57㎏급에서 세계랭킹 3위인 허미미는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세계 1위)와의 결승전에서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했다. 이번 은메달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처음으로 획득한 메달이다. 한국 여자 유도의 은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48㎏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이다.
허미미는 유도 선수였던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다. 아버지를 동경해 도복을 입은 허미미는 중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했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은 허미미는 명문대인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 진학했다.
허미미의 인생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 건 2021년이다. 잘 따르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기 바란다"는 유언을 남긴 것. 한국행을 택한 허미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같은 재일 교포 김지수(23)를 따라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다.
허미미는 입단 과정에서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임을 알게 됐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한 허미미는 날개가 돋친 듯 폭풍 성장했다. 2022년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해는 포르투갈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지난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달 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허미미를 지도한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팀 감독은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 항상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계획은 또다시 4년을 준비하는 거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단점을 보완하면 다음 올림픽 때는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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