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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파리올림픽과 톨레랑스

2024-08-09

파리올림픽 파격 개막식 눈길

역대 올림픽 개막식 톺아보니

올림픽 정신과 시대 상황 반영

성(性)인식 및 종교 관련 논란

'톨레랑스' 단면으로 기억될까

[하프타임] 파리올림픽과 톨레랑스
임훈 문화부 차장

최근 파리올림픽 개막식 영상을 시청하다 역대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다시 보게 됐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메인 스타디움 아닌 센강을 중심으로 열렸으며, 머리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와 거의 벌거벗은 디오니소스가 등장하는 등 파격적이면서도 혹평 일색이었기에 옛 올림픽의 개막 영상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 개막식은 그 대회를 개최하는 도시나 국가의 문화적 역량 및 세계의 변화상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손꼽히기에 더욱 더 그랬다. 예전에 봤던 개막식들도 수십 년 세월이 지나면서 그 장면들이 희미해 졌기에 올림픽 개막식 역주행은 문화부 기자의 입장에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1980년대 올림픽 개막 행사는 대규모 인원이 집단 체조에 나서는 매스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와 열을 맞추고 같은 동작을 취하는 개막식 구성은 체제의 우월성 알리기에 앞장섰던 미소 냉전 시대, 동서 간 갈등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84년 LA올림픽 개막식에도 대규모 군중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메인 스타디움의 관중들이 카드섹션을 통해 참가국 국기를 재현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전체주의적 이미지일 수 있지만, 당시로선 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낸 파격적 시도였을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식민지배와 전쟁,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진 '한강의 기적'을 엿볼 수 있는 개막식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국제사회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한몫했다. 식전공연인 보트 퍼레이드(강상제)가 한강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파리올림픽 수상 개막식의 원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을 훌쩍 넘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막식도 인상 깊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리스와 그 주변의 역사를 오롯이 재현한 모습에 감동 받았다. 매스게임 위주의 개막식을 넘어 문화예술을 접목한 세련된 개막식 연출로 스포츠를 통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올림픽 정신을 되새길 수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그 규모와 구성면에서 압도적이었다.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디지털과 전통이 결합한 개막식은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설명하는데 손색없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영국의 산업혁명 과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한적한 농촌 마을에 제철공장이 들어서는 파격적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007 제임스 본드 역의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헬기 강하 연출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다.

그동안의 올림픽 개막식 명장면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이번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구체제를 타파하고 민주주의 및 공화정의 확산에 기여한 프랑스대혁명의 전통을 어떻게 표현할지 관심이 컸다. 파리올림픽 개막식 중 마리 앙투아네트가 투옥됐었던 파리의 옛 교도소 콩시에르주리에 등장한 밴드 공연이 눈에 띄었는데, 공연 중 발사된 붉은 색종이들이 '피'를 흩날리는 모습을 연상케 해 충격을 주었다. 프랑스의 국가이자 프랑스대혁명 시기의 혁명가 '라 마르세예즈' 속 호전적 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밖에도 이번 파리올림픽은 기존의 성(性) 인식과 종교에 대한 도전이라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시간의 흐름 속에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 왔다. 수십 년 후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과연 '톨레랑스(tolerance, 관용)'가 가득한 행사로 기억될지 궁금해지는 하루다.
임훈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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