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통합 선택과 집중…새로운 해법을 찾는다
[새로운 100년, 통합 대구경북] 행정통합 재점화…'바텀업'에서 '톱다운'으로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계기관 간담회에 앞서 이상민(왼쪽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한반도 제2의 도시로의 도약과 인구 500만명의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대구와 경북의 통합 의지가 다시금 진전을 보이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간 생존과 혁신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무엇보다 과거의 실패를 극복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정책 방향의 전환과 지속적·실질적 기반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민선 7기 당시 TK통합의 험난했던 과정을 되짚어보며, 통합을 위한 행정 절차와 정치적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민선7기 당시 '공동 번영' 추진
코로나 장기화 등 여파로 제동
민선8기에 들어서 다시 급물살
지방행정체제 개편 '국정과제'
정부 전폭 지원…추진력 확보
'새판' 짠 뒤 문제점 푸는 방식
공론화 과정-특별법 통과 숙제
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
하지만 대구와 경북이 행정적으로 분리되면서 독자적인 사업추진으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공동번영'이라는 목표와 명분은 어느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침체기를 겪던 대구경북이 다시금 힘을 합쳐 광역권 통합과 협력 정책을 주도한 것은 민선 7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하 TK 행정통합)을 목표로 단기·중장기적인 단계적 접근이 모색됐다.
민선 8기 들어 정책여건 등을 반영한 TK 행정통합은 축적된 경험과 보완된 '기본계획(안)'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변화상을 맞게 됐다.
이번 TK 행정통합의 키포인트이자, 전제 조건은 정부 지원을 통한 추진력 확보로 완전한 새판을 짠 뒤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앞서 지자체 자체적으로 TK 행정통합에 대한 합의점을 찾은 뒤 정부와의 협의를 시도한 '바텀업(BOTTOM-UP)' 방식보다 통합 추진이 수월한 도출 안이다.
◆TK 행정통합의 추진과정
지난 민선 7기 시절 수도권 '일극체제'를 허물고 인구감소 등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TK 행정통합론이 고개를 들며, 지역균형발전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2019년 말 열린 '아시아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TK 행정통합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2020년 6월 대구경북 상생 심포지엄을 통해 TK 행정통합의 필요성이 확인됐으며, 같은 해 7월에는 TK 행정통합을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도 열렸다.
2020년 9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며 대구경북 미래 100년의 청사진을 제시할 TK 행정통합 추진의 닻을 올렸다. 위원회는 곧장 TK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 의견수렴을 위한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시·도민 열린 토론회를 진행하고 여론 조사, 빅데이터 분석 등에 나섰다.
하지만 TK 행정통합에 대한 울림은 미미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론화 작업에 차질이 생겼고, 시·도민 호응도마저 미지근해 TK 행정통합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2022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첫 행보로 민선 7기 당시 마련된 대구경북 광역행정기획단의 폐지를 내용으로 한 조직개편안을 단행하며 TK 행정통합이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상황이 급반전된 건 홍 시장이 지난 4월 중국 쓰촨성 청두시를 방문하면서부터다. 청두시가 주변 도시들을 흡수하며 메가시티로 성장하게 된 배경과 국제공항 건설로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 등이 대구시와 '닮은꼴'이라는 점이 홍 시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5월 홍 시장이 이 도지사에게 TK 행정통합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졌고, 이 도지사가 이에 화답하며 TK 행정통합이 다시 급물살을 탔다. 이후 대구시, 경북도, 지방시대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이 정부서울청사에서 '4자 회동'을 갖고, TK 행정통합 개편(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 결과 2026년 7월 대구경북 통합자치단체 출범에 뜻을 모았다.
◆'바텀업'에서 '톱다운'으로
민선 7기 당시 TK 행정통합의 선결 과제는 정부 설득을 위한 당위성과 명분 확보였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등은 광역 단위의 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나 법령이 전무한 탓에 기초 단위의 통합을 골자로 한 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활용해 '바텀업' 방식으로 정부의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당시 TK 행정통합을 위한 주민투표 및 지방의회 의결 중 한 가지를 선택해 통합 열의를 정부에 보여줄 심산이었다.
대구시·경북도의 선택은 주민투표였다. 이는 시·도민 합의를 전제로 한 정부의 요구안이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그 당시 정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주민투표에 대한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지방선거까지 목전이라 TK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잠정적으로 중단돼 '도돌이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선 8기의 상황은 지난 민선 7기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라 통합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대구시·경북도의 노림수는 특별법 발의다. 오는 10월쯤 통합을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해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통과하는 게 목표로, TK 행정통합을 위한 모든 제반 사항을 만들어 놓고 통합에 대한 세세한 단위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는 '톱다운' 방식을 채택했다. 현재 모든 통합 과제를 '만사형통'으로 완수하기 위한 '기본 세팅'으로 주민투표 대신 시·도의회 의결을 통해 통합 절차를 거치는 방법이 추진되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TK 행정통합을 위한 시간적 요소와 시·도민 합의는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입법 절차를 거쳐 내년 7월부터 TK 행정통합을 시범 운영할 예정인 대구시와 경북도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특별법이 통과돼야만 1년여에 걸쳐 시·도 내 표지판을 비롯해 공문서 등의 행정 네트워크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 대구경북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게 될 2026년 지방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시간이 촉박한 탓에 통합 추진을 위한 행정 절차 시계추가 급박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TK 행정통합을 위한 공론화 과정도 만만치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통합에 대한 방향성과 접근성 등은 구체적으로 확립된 상황이지만, 지역민들의 의견과 반하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남발할 경우 자칫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경북도 청사가 자리한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했다. 특히 안동과 예천에서 행정통합 반대 움직임이 거센 편이다. 대구시 등이 북부권을 달래고자 카지노를 비롯한 대규모 관광 위락단지 조성과 신공항 중심 산업 육성 및 광역 교통망 확충, 공공기관 이전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민심'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9월 주민 설명과 의견수렴 등의 일정이 잡힌 만큼, 행정통합에 따른 자치권과 재정력 확보 여부에 따라 여론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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