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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행 10년'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 "미수금 규모, 공사 자구책만으론 감당 못할 수준까지 치솟아"

2024-09-02

대구 동행 10년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 미수금 규모, 공사 자구책만으론 감당 못할 수준까지 치솟아

한국가스공사가 허허벌판이던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다.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한 10개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이전을 완료한 모범생이다. 연 매출 44조원(2023년 말 기준), 전체 임직원 4천200여 명으로 국내 대표 에너지 공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최근엔 돌파구 마련이 좀처럼 쉽지않은 '재정 건전성' 문제로 적잖이 주눅이 들어있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최연혜(68)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사상 초유의 위기가 엄습했던 2022년 12월 제18대 사장에 취임했다. 1년 8개월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최 사장은 작고 가냘파 보였지만 의외로 단단한 내공의 소유자다.

불안한 국제 정세 탓에 천연가스 구매비용 부담이 커졌을 땐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자신이 판단하고 선택한 결정엔 확실히 책임지려는 자세를 견지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전국 5개 LNG터미널에 총 77개(1천216만kℓ) 저장탱크와 총 5천178㎞에 이르는 광대한 배관망을 관리한다. 국내에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에 사소한 오차도 용납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일까. 자상해 보이는 외모 이면엔 매섭고 강단있는 '외유내강형 CEO' 의 면모도 엿보였다. 그에게 붙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칭도 빈말은 아니었다. 사장 집무실에서 한 시간가량 기자와 마주 앉은 최 사장은 참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및 안착노력 등 적잖은 얘기들을 나눴다.

▶한국가스공사 대구 이전 10주년을 맞았다. 취임 후 직접 겪은 공공기관 지역 이전의 긍정·부정적인 면은 어떤 것이 있는가.

"10년 전 경기도 분당에서 대구로 본사를 옮겼다. 이전 당시 직원들이 맞벌이나 고학년 자녀 전학 문제 등 개인적 상황에 따라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었다. 이전 첫 해(2015년) 본사 직원 이주율은 37.4%였다. 현재는 65.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가스공사는 전국 14개 사업장 순환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 수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직원들이 새 둥지에서 잘 적응하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적극 동참해주고 있어서 늘 감사하다. 아울러 2014년 이후 경북대와 영남대 출신 등 대구경북지역 인재를 300명 이상 채용했다. 앞으로도 지역인재 채용은 더 강화할 것이다. 지방세도 440억원 가량 냈다. 지역사회 기여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고용 창출과 공공기관의 경제 활동, 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측면에서 국토균형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와 융화하려는 이 같은 노력들이 토대가 되면 나중에 지역출신 기관장이 왔을 때도 지속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가장 어려운 시기에 사장직을 맡았다. 힘든 점은 없었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가스관련 기업들이 파산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가스공사 역시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는 등 큰 위기에 처했다.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2021년 10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2년 반 만에 쌓인 미수금이 13조7천억원에 이른다. 몇 차례 소폭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요금이 원가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수금은 계속 쌓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동 분쟁 악화 등으로 올겨울 국제 천연가스 가격 폭등과 에너지 대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가스공사 사장으로서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많다."


'재정 건전성' 난제 속 사회공헌 잰걸음
"매출比 낮게 보이지만 중기 집중지원 등 지역 상생 노력
영업비용 중 90% 이상이 원료비인 구조적 특성 이해를"

'수소 R&D 캠퍼스' 대체 사업에도 주력
"25곳과 수소협의체 구성하고 CCU 프로젝트도 지원
공모선정땐 신공항 친환경에너지 공급기반 확보"



대구 동행 10년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 미수금 규모, 공사 자구책만으론 감당 못할 수준까지 치솟아

▶미수금 문제로 고민이 많겠다. 가스요금 인상 외 다른 묘수는 없는가.

"그 문제에 대해선 정부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 현재 미수금 규모는 가스공사의 전 임직원이 30년 이상 무보수로 일해도 해결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우리 국민이 모두가 함께,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문제다. 가스공사는 기획재정부에 의해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5년간 규모 약 15조5천억원에 달하는 재정 건전화 계획을 이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미수금 문제는 가스공사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미수금의 원인은 국제 가스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정부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규모만큼 지역사회 기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아직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가스공사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역기여도가 다소 낮게 보일 수 있다. 다만, 가스공사 비즈니스 구조 특성을 잘 좀 이해해주길 바란다. 가스공사의 영업비용 중 원료비 비중이 90%가 넘는다. 매출액 대부분이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다시 지출된다. 국내 영업 활동에 쓰이는 실질적 규모를 감안하면 대구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지역 중소기업 맞춤형 사업을 역점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구는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다. 이들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게 장기적으로 대구 경제 활성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스배관 볼밸브 제조기업인 '화성밸브'와의 협력을 들 수 있다. 화성밸브는 가스공사 유휴 설비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제품 성능 실증을 완료했고, 납품까지 진행해 지난해 1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스공사 역시 자재 국산화를 통해 연 50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윈-윈(Win-win)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상생협력 사업으로 관심을 끈 '수소 R&D 캠퍼스' 사업이 불발됐다. 구상 중인 대체 사업이 있는지.

"가스공사 재무 사정 악화로 인해 막대한 투자금이 드는 수많은 사업이 순연되거나 조정될 수밖에 없었다. 수소 R&D 캠퍼스 사업도 관계 기관과 사업 이연을 적극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해당 사업의 취지를 잇고자 지난해 9월부터 지역 25개 기관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올 7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CCU 메가프로젝트(가칭)' 공모에 대구시·경북대·대성에너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했다. 매립지와 폐기물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한 '청정메탄 실증'과 '대구경북 신공항과 연계한 청정 항공유 생산 기술 개발 등이 핵심이다. 이 과제가 선정되면 TK신공항 건설 사업에 친환경 에너지 공급 기반이 마련된다. 대구시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잔여 임기 중 꼭 이뤄보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난방과 취사에 천연가스를 사용한다. 발전시장에서도 천연가스가 3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생활 편의, 국가 산업 활동에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안정적·경제적인 천연가스 공급'이란 사명을 차질없이 완수할 수 있도록 체제 정비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해외자원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 1위 바이어인 가스공사는 세계 최대 LNG 터미널과 13개 해외 법인을 거느린 글로벌 에너지 리더이기도 하다. 대구 혁신도시의 '맏형'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대구경북지역 기업들과 함께 성장할 방안을 꾸준히 찾겠다."

글=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사진=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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