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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2024-09-06

"'장첸' 이어 순박한 '구상준'役 새 인생 캐릭터 도전"

[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배우 윤계상이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던진 돌멩이가 주변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다. <넷플릭스 제공>

[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촬영 현장에서 윤계상과 평소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환 배우 등이 환하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윤계상은 극과 극의 얼굴을 가졌다.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처럼 잔혹한 킬러의 모습과 그와는 반대로 화려한 무대로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자상한 오빠가수의 모습도 있다. 스크린과 무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극과 극의 이미지 변신을 해온 그가 또 한번 인생 캐릭터에 도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구상준' 역할로 강한 이미지를 남기고 있는 것. 감독이 그를 캐스팅한 이유가 '착해 보여서'라고 했을 만큼 착하고, 순박한 인물이 예기치 않은 현실에 놓이면서 파국으로 밀려나는 이야기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시리즈는 플릭스패트롤 집계 8일 연속 국내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계상은 "배우로서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진,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팬들께 전하고 싶었다"면서, "흥행을 잘해서 널리 알려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작품성이 있어서 제가 선택을 했고, 열심히 만들었으며, 잘못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이 잘 되어서 앞으로도 더 도전적인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가해자는 모르는 돌에 맞은 개구리 신세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파국을 맞는 인물
노인 연기 위해 3주 만에 14㎏ 파격 감량
더 도전적·실험적인 작품 많이 나왔으면


▶'부부의 세계'의 모완일 감독과 손호영 작가의 결합이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뭐랄까. 우리나라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이야기였어요. 모완일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 한 이유가 '착해 보여서'라고 하셨는데, 그 말도 되게 좋았어요. 감독님이 보는 나의 착함은 어떤 느낌일지도 알고 싶었고, 무엇보다 모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기대가 됐어요."

▶촬영장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노년의 상준을 고민하다가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통통한 젊은 날의 상준이 아닌 살이 빠져서 홀쭉해진 노년의 모습을 기대했던 거죠. 촬영을 재개하기까지 3주 정도 공백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14㎏ 정도를 빼고 촬영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처음 하시는 말이 "너무 어려 보이는군"이었어요. 당시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는 않는 듯해서 지금은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젊은 날의 상준부터 노인이 된 모습까지 폭넓은 나이대의 연기를 보여줬는데, 연기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리고 본인이 목표했던 지점까지 잘 해냈다고 생각하는지.

"상준이라는 인물을 보여드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작업에 어려움보다는 즐거움이 컸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상준과 같은 역할이 처음이었고 나름 즐겁게 준비하고 참여했습니다."

▶전작에서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연습실을 빌려 작업해 화제가 됐는데, 이번 작품의 연습 과정도 궁금하다.

"이번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어요. 주로 제 상대가 박지환, 류현경, 홍기준 배우였는데, 모두 다 너무 친한 배우들이어서 오히려 그냥 믿고 갔던 것 같아요. 캐스팅 당시에도 서로 얘기를 많이 하면서 의견을 조율했고요."

▶작품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본이 친절했다'고 표현했다. 어떤 의미인지 추가 설명을 부탁드린다.

"다른 대본과 달리 이 작품은 대본에서 어떤 정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느껴졌어요. 음침하고 어두운 단어들이 떠오르는 한편으로는 따스한 느낌도 느껴지고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데 진한 향내가 피어나는 듯한 대본이었어요. 어떤 드라마를 보면 재밌게 보는데 그 후로 생각이 안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와 다르게 느낌으로 기억되는 작품이었어요. 김윤석 선배가 연기한 '타짜'의 아귀 모습을 보면 그냥 적나라하게 그 느낌이 확 느껴지잖아요. 제게 이 작품은 잔향이 짙은 드라마였던 듯해요."

[시네 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윤계상
촬영 현장에서 윤계상과 평소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박지환 배우 등이 환하게 웃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각 회차 도입부마다 배우들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라는 내레이션을 한다. 어떤 감정으로 내레이션 작업에 참여했는지.

"작업실에서 감독님은 느끼는 대로 표현하라고 했어요. 제가 한 상준의 내레이션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외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나무가 쿵 쓰러진다'는 것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고, '소리가 들렸는가 안 들렸는가'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모른 척 외면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런 상황을 나타내는 철학적인 경구가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네요."

▶주요 촬영지가 모텔과 펜션인데, 촬영은 어디서 어떻게 진행됐는지.

"충청도 논산에 있는 건물이었는데, 각각 십분 거리에 있는 건물들이에요. 모텔은 폐건물이고, 펜션은 새 건축물이었죠. 저희가 먼저 찍었어요. 각각 따로 찍어서, 다른 분들의 장면은 언제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어요."

▶작품의 영어 제목이 'The Frog(개구리)'다. 개구리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개구리라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살아가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고 칩시다.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어떠한 피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사건이 완벽하게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은 고통, 작은 사건이 겹치면 어느 순간에는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준이 왕따를 당하고, 가정은 빚 때문에 점차 어려워지고, 그런 일들이 겹겹이 쌓이면 사람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이죠.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직접적인 사건을 겪는 사람들 이면에는 뭔가 다른 문제들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배우로서도 여러가지 생각하게끔 하는 내용이었죠."

▶연기적이든, 내면적이든 이 작품을 하기 전과 후에 달라진 부분이 있나.

"배우의 입장에서는 모든 작품이 절실하기에 크게 차이를 모르겠고요. 다만 저는 이 작품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큰 흥행을 해서 잘되는 것도 좋지만 이 작품이 가진 작품성에 주목해주셨으면 해요. 저는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후회를 하지 않았어요. 대중 입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텐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좋은 작품이라는 것, 재밌는 작품이고, 잘못 만들어지지 않았다를 얘기해드리고 싶어요. 이 작품이 잘되어서 앞으로도 더 시도적인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멜로, 사극 다 좋은데, 가끔은 특별한 다른 음식도 나와야 되는 거 아닐까요."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지오디 단독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예매 공지가 뜨기 무섭게 매진됐다고 들었다.

"얼떨떨해요. 모두가 팬들이 만들어 주신 기회죠. 무대에서 팬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에너지는 드라마와는 전혀 성격이 다릅니다. 완전히 폭발적인 에너지라고 할까요? 진짜로 너무 신기해요."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의 강렬한 연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범죄도시' 시리즈 4편 중에서 3편이 천만관객을 동원했는데, 아쉽게도 윤 배우가 출연한 1편의 성적이 가장 낮다. 아쉬운 점은 없는가. (4편의 영화 중에서 1편의 성적이 가장 낮은 이유는 유일하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크다)

"조금도, 하나도 없어요. 진짜 하나도 없죠. 후속 시리즈의 배우와 제작진이 온 힘을 다해서, 모두 너무너무 잘했기 때문에 흥행한 것이죠. 어쩌면 그들이 너무 잘해줘서 사실 '장첸'이라는 캐릭터가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대단히 뭔가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장첸이, 그래도 이렇게 회자될 수 있었던 이유는 '범죄도시'가 지금까지 흥행을 계속했기 때문에 그 영광이 저한테도 미쳐서 오히려 득을 본 케이스여서 너무 고마운 것 같아요. 진짜로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진짜대단한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천만 관객이 계속 연달아서 되는 건지 진짜 기적 같은 일이에요."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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