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박재열의 외신톺아보기] 작가 이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미술관 중 하나다. 언제나 서문시장 같다. 그 건물 정면을 보면 여덟 개의 기둥이 두 개씩 짝을 지어 서 있다. 그 짝을 이룬 기둥 사이가 일종의 벽감이 되는데 이 미술관은 이곳에도 조각품을 전시해 왔다. 물론 이 시대의 대표적 작가를 선정해서 작품을 의뢰했다. 이번에 선정된 작가는 놀랍게도 한국여성작가 이불(60)이다. 이 유명한 미술관 얼굴에 네 점 조각품을 올리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 그녀의 작품은 9월 12일부터 내년 5월까지 수십만 입장객을 굽어보리라.
이불은 기상천외한 작가다. '낙태'라는 작품은 벌거벗은 자신의 몸이 등산용 로프에 칭칭 감긴 채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행위'였다. '낙태'에 대한 뼈저린 각성이 있었으리라.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한 '화엄'은 화려한 구슬장식을 한 98마리의 물고기였다. 시간이 지나자 물고기가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그 미술관이 결국 참지 못하고 '화엄'을 철거하였다. 그곳이 악취의 '혼란'을 못 견디는 것을 보고 이불은 자신의 다른 작품도 빼버렸다.
뉴욕타임스가 고양 작업장에서 출품준비 중인 이불을 만났다. 이번 작품이 1990년대의 그녀의 작품 '사이보그'와 맥이 닿아있음을 암시 받았다. '사이보그'는 하얀 여성 혹은 로봇이 머리, 팔, 다리가 잘려나간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끔찍한 작품이다. 이번에도 몸통과 다리만 남아 엉성하게 접합된 추상조각 두 점과, 개가 등을 구부리고 수많은 쇳조각을 토하는 역시 추상조각 두 점을 낸다. 관객이 당혹스러움, 신비로움, 불안감, 심지어 메슥거림을 느낀다면 그녀는 만족하리라.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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