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산하기관장 회의서 '플랜B' 언급
의성 반발 확산에 의성 배제 카드 만지작
사업 지연 시 입지 변경 불가피 판단
플랜B 전환 시 특별법 개정부터 첩첩산중
지난 6일 의성군통합신공항이전지원위원회와 의성군이장연합회가 국토교통부 제안에 대해 '수용 불가' 등의 의사를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대구경북(TK) 신공항 화물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중재에도 의성군의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신공항 건설사업에서 아예 의성을 배제하는 '플랜B'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홍 시장은 10일 대구시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기 위해 군위군 우보면에 TK 신공항을 건설하는 플랜B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항 입지 변경 검토는 화물터미널 설치를 둘러싼 의성군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간 TK 신공항 복수 터미널 건립에 부정적이었던 국토부는 최근 입장을 바꿔 공식 검토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물터미널 위치를 놓고 의성군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국토부는 화물기 전용 터미널 조성 부지로 민간 활주로 동측안을 제시했지만, 의성군은 물류 확장성 등을 이유로 활주로 서측안을 고수하고 있다. 의성군의 요구대로 복수 화물터미널 설치를 받아들였고, 정부 측에서 대안까지 제시했는데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 건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게 대구시의 판단이다.
홍 시장은 "TK 신공항 공동합의문에 민간공항 터미널은 군위, 항공 물류·MRO(유지·보수·정비)는 의성에 두기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도의 무관심과 의성의 복수 터미널 위치에 대한 무리한 요구로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홍 시장의 신공항 입지 변경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에도 신공항 화물터미널 배치를 두고 상여 시위가 등장하는 등 의성의 반발이 확산하자, 홍 시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신공항 입지를 군위군 우보면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상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약 1년 만에 비상계획에서 플랜B로 이름만 바뀐 셈이다.
홍 시장의 지시대로 플랜B 전환 시 신공항 건설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TK 신공항 특별법은 신공항 위치를 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항 입지를 변경하려면 특별법 개정부터 이뤄져야 한다. 신공항 특별법이 천신만고 끝에 통과한 점을 고려하면, 개정안 통과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나웅진 대구시 공항건설단장은 "의성의 반발이 지금처럼 계속 이어져 사업 추진이 심각하게 방해받는다면 플랜B 검토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약 1년 전에도 같은 상황이 초래된 바 있어 플랜B 관련 논의는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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