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제안에 의료계 긍정 반응…의정 협의체 출범 속도
의협, "2026년 감원 보장 필요"…복지부 장관 첫 사과
지난 9월 29일 대구 달서구 한 대학병원에 주차된 구급차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들의 응급실 운영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영남일보 DB |
정부가 의사단체 추천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신설을 제안하자, 의료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막혀있던 의정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추계기구 참여 조건으로 '2026년 감원 보장'을 내걸었지만,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는 일부 양보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화에 한 걸음 다가섰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공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점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의료계가 추계기구 참여를 결정할 경우, 여야 의정협의체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2025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이를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 "의료인력 추계기구 신설, 의료계 요구 반영"
1일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 기구에는 간호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각 직역의 추천 전문가가 절반 이상 참여하게 된다. 의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료계 관계자들은 의료계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의협은 추계기구 설치가 의료계의 오랜 요구사항이었으며, 이에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료계의 추계기구 참여 여부는 이달 중순 결정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달 18일까지 위원 추천을 받아 연내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의협 "2026년 감원 보장" 요구…복지부 장관, 첫 사과 표명
의협은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한 입장을 일부 수정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입장문을 통해 기존의 '2025년 증원 백지화' 주장을 반복하지 않으며, 정부와의 대화 여지를 남겼다. 의협 대변인은 "2026년부터 감원이 가능하다는 보장을 달라"고 밝히며, 내년도 증원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환자와 가족들에게 불편을 드려 송구하다"며 "전공의 여러분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의료계와의 대화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내부 갈등과 부담…전공의 복귀는 불투명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의사는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정책에 반대하지만,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2월 말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 이후 의료공백이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계의 강경 투쟁 카드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이로 인해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감은 심각한 수준이며, 일부 의대 교수들까지 이탈하면서 응급실과 배후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전공의들이 정부와의 대화에 동의하지 않으면 추계기구가 구성되더라도 수련병원 복귀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의교협 관계자 역시 "추계기구가 만들어져도 현재의 의정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