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쌍미 中듕國귁에 달아 文문字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쐬…'(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아니하여서…).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훈민정음은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한 책 제목인 동시에 한글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세종대왕은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한 이후 문자 체계와 사용방법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에게 해례본을 발간토록 했다. 해례본은 문제를 제시하고 연구 요약과 함께 결과를 예측하는 내용까지 간결하고 명확하게 담고 있어 현대 시각으로 봐도 최고 수준의 논문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제 목적 및 원리와 사용법 등에 대한 해설이 있는 지구상 유일한 문자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할 정도다.
인간은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거기엔 음성과 같은 청각적, 수어 등 신체의 일부를 움직이는 시각적 수단이 동원된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매우 뛰어난 언어을 모국어로 활용하고 있고, 덕분에 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을 자랑하는 국가가 됐다. 꽤 오래 전에는 말할 줄 알아도 읽거나 쓸 줄 몰랐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주로 어르신들의 문제로 여겨졌던 이 '불완전한 소통'이 최근 수년 새 상당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문해력(文解力) 논란으로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읽고 쓸 줄은 아는데 뜻을 모르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수업 진행을 위해 단어풀이를 병행해야 하는 장면이 수시로 발생한다. 적지 않은 교사들 사이에서 '국어교사 기능을 탑재해야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심심(甚深)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 심정을 십분(十分) 이해한다' '모집인원은 O명(한 자릿수)입니다' '삶이 무료(無聊)하다' 등이 문해력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밍밍한 사과?' '십분만 이해하면 된다고?' 'O명은 안 뽑는다는 이야기잖아?' '유료로 하면 되지 않나?' 등과 같이 일방적·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흔히 쓰는 말이지만 일부 청소년과 젊은 층의 어이없고 기발한 독해와, 무지에 대한 당당함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소통이 주목적인 언어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불통을 부른다. 단절과 오해가 빈번해질수록 세대 간, 사회 구성원 간 갈등 요소도 그만큼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틀 후면 훈민정음 반포 제578돌 한글날이다. 아무리 디지털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라 할지라도 사회적 약속 또는 상식적인 단어·문구를 다르거나 틀리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소통의 주요 수단이 말이긴 하지만, 말에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따른다. 그 자리에 없으면 전해 듣거나 글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자의 힘은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에 위대하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쇼츠나 릴스 등 짧고 강렬한 영상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긴 문장을 읽거나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점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해력은 공부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전을 가까이 하거나 독서·신문읽기 등을 통해 스스로 향상시키려는 노력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
인간은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거기엔 음성과 같은 청각적, 수어 등 신체의 일부를 움직이는 시각적 수단이 동원된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매우 뛰어난 언어을 모국어로 활용하고 있고, 덕분에 세계 최저 수준의 문맹률을 자랑하는 국가가 됐다. 꽤 오래 전에는 말할 줄 알아도 읽거나 쓸 줄 몰랐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주로 어르신들의 문제로 여겨졌던 이 '불완전한 소통'이 최근 수년 새 상당수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문해력(文解力) 논란으로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읽고 쓸 줄은 아는데 뜻을 모르는 경우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수업 진행을 위해 단어풀이를 병행해야 하는 장면이 수시로 발생한다. 적지 않은 교사들 사이에서 '국어교사 기능을 탑재해야 진도를 나갈 수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심심(甚深)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 심정을 십분(十分) 이해한다' '모집인원은 O명(한 자릿수)입니다' '삶이 무료(無聊)하다' 등이 문해력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밍밍한 사과?' '십분만 이해하면 된다고?' 'O명은 안 뽑는다는 이야기잖아?' '유료로 하면 되지 않나?' 등과 같이 일방적·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반응한다. 기성세대 대부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흔히 쓰는 말이지만 일부 청소년과 젊은 층의 어이없고 기발한 독해와, 무지에 대한 당당함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소통이 주목적인 언어가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불통을 부른다. 단절과 오해가 빈번해질수록 세대 간, 사회 구성원 간 갈등 요소도 그만큼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틀 후면 훈민정음 반포 제578돌 한글날이다. 아무리 디지털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라 할지라도 사회적 약속 또는 상식적인 단어·문구를 다르거나 틀리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소통의 주요 수단이 말이긴 하지만, 말에는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따른다. 그 자리에 없으면 전해 듣거나 글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자의 힘은 시공을 초월하기 때문에 위대하다.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쇼츠나 릴스 등 짧고 강렬한 영상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긴 문장을 읽거나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점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해력은 공부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전을 가까이 하거나 독서·신문읽기 등을 통해 스스로 향상시키려는 노력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장준영 논설위원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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