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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글은 단순한 문자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이다

2024-10-09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578돌 한글날(9일)을 앞두고 전국 5천848명의 초·중·고 교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교원 인식 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두발 자유화'의 두발을 두 다리로 알고, '사건의 시발점(始發點)'이라 하니 "왜 선생님이 욕하냐"고 반응한다.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이부자리를 별자리 이름으로 아는 학생도 있었다.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아는 학생도 있다는 말에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사흘을 4일로 알고 있는 학생이 많다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단순한 단어 오해가 아니라 우리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 때문이다. 언어는 생활의 소통 수단을 넘어 사고의 틀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어의 퇴화는 사고의 퇴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교총이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은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동시에 '뇌피셜'이나 '존 버' 같은 신조어들은 젊은 층 사이에 통용되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다. 언어는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새로운 단어가 생기고, 외래어가 도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말이 왜곡되고 사라지면 곤란하다. 외래어를 남용하거나 신조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을 해칠 뿐 아니라 한글을 고유한 가치로 인식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우리 말은 오랜 세월 조상들이 쌓아온 지혜와 경험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말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잃는 것이다. 우리 말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가는 일이며, 미래 세대에게 그 가치를 전하는 길이다. 한글날인 오늘, 다시 한번 한글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그 가치를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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