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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갈등에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

2024-10-11

오물풍선·집회 일상적 열리고

의료개혁·정부 갈등도 지속

'최악국회' 현실정치는 더해

아무도 안나서는 것이 문제

대화·제도개선 고민해야

[하프타임] 갈등에 무뎌지는 것이 두렵다 대구경북에선 잘 못 느끼겠지만, 요즘 서울에선 오물 풍선이 자주 보인다. 최근에는 관련 재난경보 문자를 받은 뒤에는 마음만 먹으면 하늘에 날아다니는 오물 풍선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보이다 보니 시민들도 잘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즉 오물 풍선에 대한 감각은 무뎌져 버린 것 같다. 정전 협정 위반인 것은 물론 오물 풍선으로 인한 화재사고 등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서울 도심에서 휴일마다 벌어지는 갈등은 또 어떤가.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극우 진영의 태극기 집회가 일상화되더니 이젠 윤석열 대통령 규탄 집회가 흔하게 열리고 있다. 진보 진영의 정권퇴진 요구에 보수 측에선 탄핵 반대의 맞불 집회까지 이어지면서 광화문의 주말은 조용할 날이 없다. 소음과 교통 체증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이것 역시 너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현대사에서 중요할 때마다 등장했던 '촛불집회'가 다시 등장한다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의료개혁으로 인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도 솔직히 무뎌지고 있다. 올 초부터 이 사태를 꾸준히 봐왔던 입장에선 서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것을 보니 서로 "저러다 말겠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는 원래부터 있었다"는 지적을 듣는 순간 이 사태 역시 무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나지 않는 피해들이 누적되고 있지만 말이다. 들리는 말이지만 정부 내에서도 예산을 두고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갈등을 조율해야 하는 현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여의도 정치권에선 다들 "이런 국회가 있었나" "최악의 국회"라는 것이 공통적인 지적이다. 입법부의 막강한 권력에 삼권 분립이라는 헌법의 대명제는 흔들리고 있다. 진영과 이념을 떠나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현 정부에서 전임 정부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잊힌 삶을 살겠다는 전직 대통령도 현 정부를 향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게다가 여당 대표와 대통령의 갈등, 친한(親한동훈)계와 친윤(親윤석열)계의 갈등은 또 어떤가. 이제는 "어디 하나 갈등 없는 곳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누구 하나 갈등을 조정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 지점이 제일 문제다. 정말 무섭다. 대화와 소통이 이뤄져야 하고 협의와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대명제가 사라졌다. 기자로서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솔직히 두렵다. 이제는 이상주의자, 꿈같은 소리로 느껴질까봐 두렵다. 정치권에 이런 점을 이야기했더니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라며 반발만 한다. 지금은 국회를 떠난 정치인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전쟁통에도 대화는 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두고 '몸싸움'이 벌어졌던 때에 본인이 야당과 여당 대표를 만나게 하고 대화하라고 설득했다면서, 어떻게든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근데 요즘 정치는 왜 만나는 것도 하지 않을까?

갈등의 일상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 지 고민해보게 한다. 개인적으론 '대통령제 개헌' 이야기가 왜 나오지 않는지 모르겠다. 민주화 이후 사실상 매번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고 있지 않나. 그런데 누구 하나 권력을 잡으려고만 하지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제도가 아닌 사람이 문제"라는 식이다.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논의해볼 때가 됐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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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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