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 셰프 인기, 대구 '천만백반' 예약 폭주
동파육부터 티라미수 등 방송된 요리 관심 폭발
파인다이닝 검색량 16만5천건·700% 이상 급증
"흑백요리사보고 궁금해서 왔어요. 정말 기대됩니다."
13일 오후, 경북 칠곡군 팔공산에 위치한 한 식당 앞에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다. 점심과 저녁 사이의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로 식당 안을 북적였다. 이곳은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서 '천만백반'으로 출연한 안경숙(66) 셰프가 운영하는 '엄마밥상'이다. 안 셰프는 대구경북지역에선 유일하게 출연했다. 굴전, 매생이국, 굴김치 등 굴 요리 한 상을 선보였지만, 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아쉽게 조기 탈락했다.
기자와 만난 안 셰프는 "요즘 손님이 너무 많아졌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로 바쁘다"며 "방송 후 손님이 두 배 이상 늘면서, 오히려 단골들이 예약을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웃었다. 이날도 예약 없이 방문한 몇몇 손님들은 발길을 돌렸다.
손님들 반응은 뜨거웠다. 한 손님은 "방송에서 팔공산에 있는 식당이라고 해 바로 예약한 뒤 찾아왔다"며 "심사 때 짜다고 했던 음식들도 실제 전혀 짜지 않고 맛있다"고 했다.
'흑백요리사'가 대구에서도 열풍이다. '천만백반' 셰프의 식당은 방송 후 예약이 꽉 찰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에서 소개된 이탈리안, 중식, 한식, 멕시칸 요리들이 지역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외식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3일 요식업계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덕분에 매출이 증가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방송에서 비중 있게 다룬 동파육, 딤섬,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비빔밥 등은 방송 이후 대중의 관심을 끌며 일반 식당에서도 주문이 급증했다.
동성로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동파육은 평소 코스 요리에서나 나오는 메뉴였는데, 요즘에는 단품으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수성구 범어동의 한 파인다이닝 셰프도 "요즘 젊은 커플 손님들이 많이 보인다. 방송 이후 요리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파인다이닝'과 '동파'육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방송 이후 '파인다이닝' 검색량은 지난달 16만5천 건을 기록했다. '흑백요리사' 방영 전인 8월(1만9천700건) 대비 700% 이상 급증한 수치다. 평소 검색량이 거의 없었던 '동파육'도 인기 메뉴로 떠올랐다. 구글 트렌드를 보면 9월 하순 이후 '동파육' 의 키워드 검색 지수는 7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일 편의점 CU에 출시된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사전 예약에서 20분 만에 2만 개가 완판됐다.
편의점 관계자는 "'밤 티라미수 있냐'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온다"며 "한동안 두바이 초콜릿을 찾던 고객들이 이제 흑백요리사 관련 상품들로 이동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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