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중독·유해성 입증 총력
"의미있는 결과, 국민 관심 절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작한 담배소송 홍보 포스터(왼쪽)가 눈길을 끈다. 포스터는 담배와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를 부각하며, 흡연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추진 중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제공〉 |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고령화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내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노년층의 건강관리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공단은 이에 발맞춰 장기적인 흡연 피해 보상 소송, 다제약물 관리, 의료 돌봄 통합 지원, 간병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주목받고 있는 담배 소송은 올해 4월로 10주년을 맞이한다.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이 소송은 장기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폐암과 후두암에 대해 담배회사들에 책임을 묻기 위해 시작되었다. 건보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며, 내부와 외부 변호인단이 협력해 추가 증거를 확보하며 법적 근거를 보강하고 있다. 올해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 사실을 국민들에게 더욱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작한 담배소송 홍보 포스터(왼쪽)가 눈길을 끈다. 포스터는 담배와 폐암 발생 간 인과관계를 부각하며, 흡연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추진 중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제공〉 |
◆"니코틴은 중독 물질, 임상에서 입증된 사실"
건보공단은 2014년,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KT&G,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를 상대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폐암(편평세포암, 소세포암)과 후두암으로 진단된 환자 3천465명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비를 청구한 것이다.
해당 환자들은 대부분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이들로, 흡연과의 인과관계가 법원에서 일부 인정된 바 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흡연과 폐암(후두암)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담배 제조사들의 불법행위나 제조물책임도 부정했다. 공단은 즉각 항소하며 9차에 걸친 항소심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소송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법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중요한 도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80%에 달했을 정도로 높았다. 현재 성인 남성 흡연율은 약 30%로 크게 줄었으나, 담배는 여전히 해마다 약 6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이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022년 기준 3조5천억원에 이르며,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4.5%씩 증가하는 추세다.
◆담배 중독, "알코올·마약과 같은 심각한 의존성"
공단은 다년간 축적된 연구결과를 근거로 니코틴이 강력한 중독 물질임을 강조했다. 니코틴은 흡연자가 한 번 중독되면 스스로 끊기 매우 어려운 물질로,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다르지 않은 의존성을 보인다. 흡연이 단순한 선택으로 시작되었더라도, 중독 상태에 이르면 끊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 다양한 임상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과거 담배회사들은 이러한 중독성을 은폐하고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이트' '마일드' '자연' '순한' 등과 같은 광고 문구를 통해 담배가 덜 해로운 것처럼 오인하게 했으며, 이는 위험을 축소하거나 숨기려는 행위로 평가받는다.
◆"소송 포기할 수 없다…의미 있는 판결 얻어야"
건보공단은 이번 담배 소송이 단순히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를 넘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공단은 해외에서의 승소 사례를 참고하며 이번 항소심에서도 의미 있는 판결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46개 주 정부가 대형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를 청구해 1998년 2천억달러 규모의 배상 합의에 이르렀다. 또한, 연방정부는 담배회사의 불법행위를 부정부패조직범죄방지법(RICO) 위반으로 규정하며 막대한 징벌적 배상을 부과했다.
담배회사가 흡연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제품을 생산하고 조직적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흡연자 개인이나 단체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공단은 보험자로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소송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형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이번 소송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향후에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법적·제도적 도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흡연의 위험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