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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2024-11-15

수억의 잎이 밝히는 노란 빛, 발길 닿는 곳에 길을 터주다

[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좌학리 은행나무숲은 낙동강변을 따라 1㎞ 넘게 이어져 있다. 11월 중순이면 절정을 이룬다는데 올해는 11월 하순은 돼야 완연해지겠다.
사문진교를 건너 내리 달린다. 오른쪽으로 호촌리 호촌들이 넓고 왼쪽으로 평리리 평리들이 아주 넓다. 강의 힘과 사람의 힘을 세상 누리며 날 듯 달린다. 고령의 다산면은 서부를 제외한 북부와 동부, 남부를 낙동강이 휘감고 있다. 물살은 강 저편에 달성습지와 화원동산의 절벽을 만들었고 이편에는 넓은 충적 평야와 모래땅을 부려놓았다. 이 들판 너머 구릉이 시작되는 곳에 마을이 들어서 있다. 복작거리는 마을의 시작인 다산면소재지 동구 사거리에서 두근두근 좌회전한다. 평리들의 끄트머리 강변에 은행나무 숲이 있다.

억새 군락 이루는 강변 물가 고깃배
은행나무 숲에서 펼치는 축제도 열려
언덕 위 우뚝 선 500살 넘은 느티나무

몽환적 나무, 감동적 초지, 꽃들의 세상
로타리 클럽이 가꾼 산책길 기념 표석
우륵교 어디선가 들리는 색소폰 소리


[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우륵문화마당근린공원의 로타리 산책길은 그저 몽환적인 나무들과 감동적인 초지, 빛나는 억새와 이름 모를 꽃들의 세상이다.
◆ 좌학리 은행나무 숲과 월성리 발산나루

강변은 햇빛 때문에 깜깜하다. 낮게 흔들리는 억새 군락과 높이 치솟은 몇 그루 은행나무만이 찬란하게 환하다. 강둑에서 억새군락을 가로질러 강변의 숲으로 든다. 숲 속은 오히려 밝고 선명하다. 노란 융단이 깔린 은행나무 숲, 수천그루 은행나무들의 숲이다. 깜깜한 빛을 걸러낸 수억의 잎들이 숲속을 노랗게 밝힌다. 노란 숲을 산책하는 사람들, 노랫소리 빵빵 울리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들, 길 없는 풀숲으로 덥석 들어서서 열매를 줍는 사람도 있다. 도처에 은행이다. 누군가 주워 알맹이를 깐 흔적도 여기저기 보인다. 은행 냄새 짙지만 곧 적응되더라.

은행나무숲은 1990년 즈음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1년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한목소리로 은행나무 벌목 반대를 외쳤고 캠핑장 설치 등 사업 계획을 내세워 수목을 사들였단다. 캠핑장 계획은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고, 은행나무숲은 자전거 도로 외에 어떤 간섭이나 개입 없이 스스로 10년을 더 자랐다. 사람 발길 닿는 곳에 길을 터주면서도 자리를 지켰고 강변에는 억새가 군락을 이뤘다. 가을이면 고령은행나무숲축제, 고령 록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올해 은행나무 숲 축제는 16일 토요일부터 24일까지 주말 위주로 열리며 10여 개의 먹거리 부스 설치와 버스킹 정도로 소소하게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강 흐름을 따라간 숲의 끝에는 포플러 마냥 좁고 높은 은행나무 몇 그루가 문처럼, 깃대처럼 서 있다. 그 문 너머에 강으로 미끄러지는 길이 있고, 금세 깜깜히 깊어지는 물가에는 송곡호, 청룡호, 두 척의 고깃배가 정박해 있다. 이곳은 월성리 발산 나루터다. 마을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산이 퍼졌다 하여 발산이라 하는데 바래미, 바라미, 바르미 또는 월성나루터라고도 불렸다. 교통수단으로서의 나룻배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1998년에 어업면허가 나면서 다산면 어부들이 선착장으로 이용한 곳이다. '물 반, 고기 반'이던 시절이 있었고 봄이면 바다에서 고기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오던 세월도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십리 모래톱이 사라지고 물고기 보기 어려워진지 근 십년이다. 강 건너 있었다는 옥포 마갯나루도 자취 없는데 미동 없이 나란한 고깃배는 철없이 아름답다.

[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월성리 발산 나루터. 교통수단으로서의 나룻배는 사라진 지 오래 되었지만 1998년에 어업면허가 나면서 다산면 어부들이 선착장으로 이용한 곳이다.
◆노곡리 바람의 언덕

채석장인가 했다. 월성리 산업단지 공사장을 지나며 그 파괴적인 황량함에 이중적인 설렘을 느꼈다. 거대한 폐허의 왕국을 보는 듯한 저릿한 감흥이었다. 그러나 아니다. 그저 건설이 중단되고 지연되기를 반복한 공사장이다. 또 언제 이런 광경을 보겠냐고 수십 번을 되뇌는 사이 저기 언덕 위에 우뚝 선 한 그루 나무가 눈에 반짝 박힌다. 비탈길을 꾸역꾸역 올라 나무에게로 간다. 검붉게 물든 거대한 나무는 느티나무다. 오래전 임진왜란 때 분분히 일어난 의병들이 활쏘기 연습을 하던 곳이라 해서 사졸정이라고도 불린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는 표석이 있다. 색이 지워진 음각을 손끝으로 읽어보니 수령 460년, 지금은 500살이 넘은 셈이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서 사람들은 이곳을 '바람의 언덕'이라 부른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평상과 벤치가 여러 개다. 느티나무 옆에는 가야금 조형물이 있고 뒤에는 동네 어르신들의 놀이터인 팔각정자와 조금 더 멀리 노곡교회가 조용히 서 있다. 언덕아래 다산초등학교 노곡분교장 자리에는 '도란도란' 어울림 센터가 들어서 있다. 농가레스토랑, 회의실, 공동체 커뮤니티 룸 등이 있는데 오늘 인적은 없다. 노곡(蘆谷)은 마을이 생길 당시 갈대숲이 우거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낙동강변의 넓고 기름진 땅에 논이 많다고 해서 논실, 답곡(畓谷)이라고도 한다. 갈대숲은 지금 참외재배단지다. 더러 딸기와 포도하우스도 있고 한약재인 향부자와 양파도 재배한다. 비닐하우스 들판이 호수 같다. 호수 가장자리에 낙동강 둑길이 길다. 이제 갈 곳은 저 둑길이다.

[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강정고령보의 고정보인 물풍금에서 본 디아크와 우륵교 탄주대. 탄주대는 가야토기를 형상화 한 기둥과 가야금 12현을 의미하는 케이블로 구성된 전망대다.
[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노곡리 바람의 언덕에 우뚝 솟은 500살의 느티나무. 낙동강변의 노곡들 참외재배단지가 호수 같다. 노곡리 둑길 아래에는 원두막거리가 길게 조성되어 있다.
◆우륵문화마당근린공원 로타리 산책길

노곡리 둑길 아래로 원두막거리가 나란히 이어진다. 제법 너른 수로가 또한 나란하고 길 가에는 매실나무와 살구나무가 과수길로 잇대어진다. 둑길 너머에는 노곡습지와 버드나무 숲이 넓게 자리하고 그 속에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곽촌리 강변의 우륵문화마당근린공원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를 통틀어 다산문화공원지구라 하는데 더 멀리로는 호촌늪 연꽃생태공원과 습지생태로드로 연결되고 사문진교 아래 생활체육공원까지도 포함하는 듯하다. 이 가운데 우륵문화마당근린공원은 주차장에서부터 강정고령보 우륵교까지로 상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없다. 자전거 길 따라 물길 흐르는 방향으로 내처 걸으며 이곳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자연 외에는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확인한다.

[주말&여행] 고령 다산면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우륵문화마당근린공원 로타리 산책길.
안내판도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다. 물억새 관찰원, 둔치 습지원, 물새소리습지원, 풀벌레소리원 등의 이름이 있음을 알지만 그저 몽환적인 나무들과 감동적인 초지, 빛나는 억새와 이름 모를 꽃들의 세상이다. 바로 눈앞으로 꿩이 날아서 놀라 자빠질 뻔 했다. 우륵교가 가까워지면 '로타리 공원'이라 새겨진 기념석과 '로타리 산책길' 표석을 볼 수 있다. 이 일대는 원래의 자연 속에 국제 로타리 클럽 3700지구와 낙동강 생명의 숲 실천본부가 함께 나무를 심어 가꾼 공원이라 한다. 2006년, 2012년, 2018년 등 그들의 노력이 꾸준했음을 알리는 기념비가 여럿이다.

화장실과 파고라 쉼터가 있는 공원 광장에서 조금 더 우륵교 방향으로 나아간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길 끝에 강정고령보의 고정보인 '물풍금'이 나타난다. 물이 고정보를 넘어갈 때 풍금소리가 난단다. 내려서도 되나, 안 되나, 잠시 고민하다 풍금소리 없으니 조금만 전진해 본다. 우륵교 교각 사이로 디아크가 보이고, 잠시 후 우륵교 위에 우뚝 솟은 탄주대와 마주한다. 탄주대는 가야토기를 형상화 한 기둥과 가야금 12현을 의미하는 케이블로 구성된 전망대다. 우륵교를 건너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 들린다. 발바닥 콩콩 굴려 풍금을 울리는 것은 혼자만의 합연이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

지하철 1호선 설화명곡 방향 5번 국도를 타고 가다 화원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사문진로를 타고 계속 직진한다. 사문진교를 건너 다산면소재지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다산로를 타고 직진, 차남교차로에서 유턴해 조금 가면 다산중학교 맞은편에 은행나무 숲으로 가는 소로가 있다. 강둑에 주차하면 된다.

둑길에서 보았을 때 은행나무 숲 오른쪽 끝 지점에 발산나루가 위치한다. 은행나무숲에서 노곡리로 가려면 다산면소재지로 가서 다시 노곡로를 타야 한다. 차남교차로 지나 계속 직진하면 공사 중인 월성산업단지 입구에 노곡 이정표가 있다. 우회전해 직진하다 노곡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좌회전해 좁은 마을안길을 올라가면 된다. 초입에서부터 느티나무가 보인다. 느티나무 바로 아래에 두어 대 주차할 만한 공간이 있지만 '도란도란' 주차장이 안전하겠다. 노곡리 버스정류장에서 다시 직진, 노곡리 비닐하우스 들판 사이로 난 다산로를 따라 가면 들이 끝나고, 참외 조형물을 지나 계속 가면 오른쪽에 '우륵문화마당 주차장' 안내판이 있다. 좌회전해 들어가면 아주 너른 주차공간이 나온다. 자전거 길 따라 강정고령보(우륵교) 방향으로 가면 로타리공원 표석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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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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