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 해보니
300여마리 유기견, 좁은 곳서 열악한 생활
청소와 사료·물 주기 등 힘든 일이 대부분
'함께 산책' 생각했다 돌아가는 이들 많아
지난 15일 오전 8시 50분. 팔공산 산길과 옆으로 난 샛길을 타고 굽이굽이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 대구 동구에 위치한 유기견 보호소 '한나네 보호소'에서 나는 소리다. 반대편에서 차가 마주 내려오면 곤란할 정도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꼬리를 흔드는 개들과 한나네 보호소가 보인다.
지난 15일 오전 8시 50분에 도착한 한나네 보호소 입구. 자세한 주소를 공개하면 이곳으로 찾아와 강아지를 유기하고 가는 사람이 많아 공개할 수 없다. |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과 개인 봉사자 한 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물과 사료주기, 배설물 치우기, 견사 청소 등 조금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개들이 지낼 수 있도록 손을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3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모두 돌보기에는 봉사자 세 명과 소장 부부 두 명으로는 부족했다.
◆물과 사료 주기…가장 중요한 건 '문단속'
준비해온 방진복과 마스크, 고무장갑과 장화로 완전 무장을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하기 전 주의사항에 대해서 교육을 받는다. 사실상 문단속에 대한 교육이다. 보호소에서는 수 백 마리의 개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고, 체급이 다양하다. 소형견은 소형견끼리, 대형견은 대형견끼리 같은 체급끼리 지낸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으면 개가 밖으로 나가고 싸움이 나고, 그로 인해 서로 물어뜯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처음 한 일은 물과 사료 주기였다. 견사 안으로 들어가서 물 그릇을 깨끗이 닦고 새로 물을 채운다. 보통 두 마리에 생수 한 통 정도가 적당하다. 또 그릇에 남아있는 사료의 상태를 확인 해야 한다. 만약 남은 사료에 곰팡이가 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버리고 새로운 사료를 채워 줘야 한다. 남은 사료의 상태가 괜찮다면 그 위로 새로운 사료를 부어 섞는다. 물 그릇과 사료 그릇은 최대한 배설물을 피해 깨끗한 곳에 놓아야 한다.
가장 내부에 있는 공간을 치우는 중. 주로 성장 중인 개들이나 중형견 정도 되는 체급의 개들이 있었다. |
◆배설물 치우기와 노령견 견사 청소
물과 사료 주기가 끝나면 배설물 치우기가 시작된다. 보호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수돗가에서 가져온 빗자루와 쇠로 된 쓰레받기, 배설물통을 하나씩 받는다. 견사로 들어가 빗자루로 쓸어서 배설물통에 담아 들고 나오면 된다. 집에서 키우던 소형견 한 마리의 배변에 익숙해져 있던 취재진에게 대형견 여러 마리의 배설물은 조금 적응이 필요했다. 건강한 배설물은 그냥 쓸면 잘 치워진다. 다만 문제는 개들이 돌아다니며 밟아서 바닥에 눌러 붙었거나, 묽은 변은 치우기 난감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쇠로 된 쓰레받기로 긁어서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치우면 된다. 배설물 치우기에 사용한 빗자루와 쓰레받기, 배설물통들은 반드시 정해진 장소에 잘 가져다 둬야 한다.
노령견 견사에서 만난 강아지. |
가장 힘들었던 배설물 치우기가 끝나면 나이 든 노령견들이 모여 사는 견사를 청소한다. 다른 견사들과 달리 이 곳은 흙 바닥이 아니다. 나무 판자로 된 바닥에는 신문지를 깔아뒀는데, 개들이 배변을 하기도 하고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신문지는 찢어지고 바닥에 눌러 붙는다. 이 신문지들과 배설물을 쇠로 된 쓰레받기와 헤라로 박박 긁어서 쓰레기 포대에 모아 버린다. 바닥 청소를 완료하면 새 신문지를 잘 겹쳐서 깔아준다.
2년 넘게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박현수(여·대학생)씨는"처음에는 그냥 강아지를 좋아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오게 됐다. 근데 이제는 정이 들어서 오게 된다"며 "(소장 부부와도) 가족 같다. 큰 아빠집에 오는 기분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봉사를 오면 단순 산책 정도로 생각하고 오는 이들이 있는데 배설물 치우기 등 힘든 일을 하니 실망하시거나 중간에 가버리시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냥 강아지가 좋아서 오기보다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유기견 '호니'와 산책하기
산책하는 호니와 장수현 기자. |
보호소 내부에서 하는 활동이 모두 끝나면 잠시 밖으로 나와서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리곤 산책을 끝으로 봉사를 마무리한다. 출발하기 전 식당가 근처로는 가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하신다. 산책은 보호소의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방에 지내는 '호니'와 함께한다. 이렇게 큰 개를 산책시켜보는 건 처음이라 힘에 놀란 것도 잠시, 똑똑한 호니와 함께하는 산책은 편했다. 풀과 낙엽의 냄새를 맡는 게 즐거운지 여기저기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산책은 20~30분 정도 한다.
신상희 소장은 "물과 사료가 부족하다"면서 "없어도 못 먹일 수는 없으니 항상 아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겨울이라)연탄도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함께 봉사에 참여했던 장수현 기자는 "강아지가 좋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를 다녀왔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열악한 보호소의 환경과 많은 유기견의 수에 놀랐다"면서 "강아지를 집에 들일 계획이 있다면 꼭 사지않고 입양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올 2분기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에 구조된 유기동물은 전년보다 368마리 줄어든 11만 3천72마리였다. 그 중 대구·경북 지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1만 2천960마리다. 또 대구·경북에는 45곳의 동물보호센터가 있고 이들의 운영비용을 모두 합치면 42억 3천 983만 원이다.
글·사진=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장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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