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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거부해 '응급실 뺑뺑이' 유발한 병원에 법원 "보조금 중단 처분은 정당"

2024-11-24 13:18

선목학원, 복지부 상대 보조금 중단 취소 소송 패소
서울행정법원 "응급의료법 위반에 따른 합당한 조치"

대구 한 대학병원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영남일보 DB>

대구에서 10대 응급환자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숨진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에 내린 보조금 중단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보조금 중단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해 3월 대구에서 발생했다. 당시 17세였던 A양은 4층 건물에서 추락한 뒤 119구급차를 타고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대구파티마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파티마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권유했다. 경북대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외상센터에 문의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수용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재차 요청했으나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A양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재판부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신경외과 전문의 부재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응급환자를 직접 대면하거나 기초적인 진료를 하지 않은 채 수용을 거부한 것은 응급의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는 환자 수용 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6개월간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는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으로 과징금도 부과했다.

이에 선목학원은 "보조금 중단은 병원 운영에 지나친 제한을 가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조금 중단은 응급의료법 위반에 따른 합당한 조치로, 병원 운영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지부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응급환자 수용 거부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운 사례로 평가된다. 환자 수용을 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이동현기자 leedh@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