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가 처음 K2 공군기지 이전에 대해 보도한 2007년 11월 6일자 1면 기사. 영남일보DB |
"이젠 때가 됐다"
영남일보는 2007년 11월, 'K2 이전' 문제를 언론사 최초로 꺼내들었다. 이어 2020년 1월 신공항 최종 이전지가 선정될 때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뛰었다. K2 이전이 대구경북을 발전시킬 새로운 아젠다라고 일찌감치 내다보고 , 결실까지 맺은 것이다.
◆영남일보 보도로 K2 이전 논의 본격화
동구 K2 공군기지는 찢어질 듯한 소음을 일으키면서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줬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대구 발전의 걸림돌이 돼 왔다. 이로 인해 K2 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나왔으나, '국익'과 '안보'라는 대의 속에 동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소음피해 보상 판결 등 대구시민의 일방적 희생을 인정하는 사례들이 잇따라 나왔고,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시민들도 "국가 안보에 협력한다는 차원에서 50년 동안 묵묵히 참아왔으나 이제는 이전 문제를 거론할 때가 됐다"고 입 모았다.
이런 분위기 속 영남일보는 'K2 이전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시리즈 기획 기사를 총 8차례 심층 보도하며 지역 의제를 선도했다. 해당 시리즈에서는 △주민 피해 사례 △대구 장기 발전 걸림돌 △이전이 주민과 정부, 지자체에 모두 도움되는 이유 △다른 지자체의 성공 사례 △주요 대선 후보들의 입장 등을 다루면서 K2 이전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다각도로 심층 분석했다.
영남일보의 적극적 보도에 호응하듯 대구 동구·북구지역에서는 주민과 구의회를 중심으로 K2 공군기지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구시의회도 이전 결의안을 채택하며 힘을 보탰다. 당시 대선 후보들도 너도나도 'K2 이전'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채택했다.
2009년 5월 영남일보는 '제2회 영남일보 전국 하프 마라톤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K2 이전 캠페인 및 서명운동을 치면서 지역민 두루두루에게 K2 이전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2007년 11월6일 보도된 'K2이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시리즈 기사. 영남일보DB |
K2 공군기지 이전 논란을 촉발시킨 주원인은 소음피해와 더불어 천문학적인 피해 배상액이다. 영남일보는 전투기 소음 피해배상소송 해결에도 앞장섰다.
극심한 전투기 소음에 시달리던 동구·북구 주민들은 국방부를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승소한 주민들에게는 수백억원대의 배상금이 지급됐다. 그러자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이 생겨났다. 같은 피해자이지만, 골목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배상금을 받는 가구, 받지 못하는 가구로 나뉘면서 주민 간 갈등과 반목이 생겨난 것이다. '85웨클 이상'이라는 배상기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고, 주민들의 소송도 끊이지 않았다. 그 와중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백억원대의 배상금 지연이자를 주민 몰래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챙기는 사건마저 발생했다. 영남일보는 2011년 8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했고, 주민들이 지연이자를 반환받을 수 있도록 연속 보도했다.
한편으로는 국방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배상액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지역사회에서 이슈가 됐고, 이는 곧 'K2 공군기지 이전'이 근본 해결책이라는 여론 형성으로 귀결됐다.
영남일보 2020년 7월31일자 1면 |
국회에서의 특별법 발의와 통과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18대 국회에서 K2 공군기지 이전 관련 특별법안이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까지 통과됐지만, 원유철 당시 국방위원장이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직권으로 의결을 거부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이후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대구시민의 바람이 담긴 특별법안이 이대로 가라앉지는 않았다. 19대 국회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다. 2012년 국방위원장이었던 유승민 전 의원은 K2 공군기지 이전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2012년 대선에서 여당의 공약 및 국정과제에 포함되기도 했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 투입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기부대 양여 방식을 근간으로 한 '군 공항이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사업추진의 전기가 다시금 마련됐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 돌입 당시엔 대구공항을 밀양으로 이전하고, K2는 경북도내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용역 결과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나오는 등 방향이 어긋나면서 무산됐고, 영남일보는 다시금'대구·경북 신공항의 미래''절박해진 대구경북 하늘길' 등의 기획보도를 통해 K2 이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 등도 힘을 한 곳으로 모아 정부를 압박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는 K2와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발표하게 됐다.
마침내 2017년 국방부는 군위 우보면(단독 후보지),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공동후보지)를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해 영남일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신년특집 대구공항과 K2이전, 어느 지역이 최적지냐'란 여론조사를 벌이면서 사업 추진에 힘을 보탰다.
2018년 영남일보가 주최한 6·13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K2 이전 문제를 꺼내들었다.후보들은 K2이전 문제에 토론 시간을 할애하면서 K2 이전을 약속했다.
이후 2020년 7월 30일, 대구시와 경북도, 군위군이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후보지로 신청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영남일보는 다음 날(7월 31일) 1면 전체 지면을 할애해 2007년부터 2020년까지 K2이전 성사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영남일보와 대구시, 경북도의 모습들을 소개했다.
영남일보 창간 80주년 기념사업단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