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 만든 강원FC의 힘
전년엔 승강전 겪고 1부에
대구FC는 승격 후 역습만
승패 떠나 '공격 축구' 기대
지도자가 팀 색깔 바꿔야
이효설 체육팀장 |
'강원FC 양민혁 환송식' 기사를 읽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는 그는 다음 달 영국으로 날아간다.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18살 공격수가 눈부신 플래시 불빛을 세례받으며 꿈의 무대로 직행했다.
그는 올해 K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토트넘의 손흥민은 '슈퍼루키' 양민혁의 입성 소식에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조언하듯 경고했지만, 양민혁의 지난 활약을 보건대 또 한 명의 걸출한 '프리미어리거'가 탄생하리라 기대한다. 시민구단 강원FC가 양민혁이란 새로운 축구 아이콘을 생산해냈다. 대단하다. '돌풍' 강원의 힘이다.
대구는 날개를 펼치지 못했다. K리그1 38라운드를 지켜보면서 자신을 약체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와 시종 수세에 몰리는 경기력에 마음이 아팠다. 잘하지 못하는 것, 이기지 못하는 것을 떠나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스스로를 낮추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시인 이성목은 '단체사진'이란 시에서 학창시절, 단체사진을 찍을 때 늘 뒷줄에만 섰던 자신을 짠하게 회상했다. 앞선 자들에 자리를 내준 자신의 어정쩡한 자세를 탓하기도 했다. 올 시즌 대구FC를 보면서 이 시의 '뒷줄' 이미지가 연상됐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질 때 지더라도 굳세게 치고 나가는 경기, 너무나 보고 싶었다.
지난 24일 홈에서 대구FC 최종전을 직관했다. 상대는 K리그1에서 강등된 인천. 고명석, 황재원, 요시노, 홍철, 세징야는 출전하지 않았다. 박창현 감독은 인천에 이기는 전략이 아니라 2부리그 2위 충남아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염두한 후퇴 전략을 구사했다. 물론, 판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2보 전진하기 위한 일보후퇴로 읽혔지만, 이날 전북이 공교롭게도 광주와의 경기에서 비겼다. 대구가 최종전에서 이겼다면 승강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순위가 한 단계 올라가 한 경기를 미리 치른 2부 팀과 겨루게 되는 것이다. 아까웠다.
이날 대구의 수비 전략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강등 인천'의 기세를 서포트했다. 인천팬들은 원정응원석을 가득 채웠고, 경기를 주도하는 인천 선수들 덕분에 응원 열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뜨거웠다. 이들에게 강등의 아픔은 보이지 않았고, 팬들에게 초라하지 않은 최종전을 선물하고 싶었던 선수들의 의지는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터져나왔다. 홈을 차지하고도 끌려가는 최종전을 끝까지 지켜봐야 했던 대구 시민들은 어땠을까.
차치하고, 이제 승강전이다. 생존 싸움이다. '희망고문'이라 자조하기 전에 'K리그의 진짜 전쟁은 승강전'이란 말도 있다는 걸 상기하자. 먼저, 상대팀 충남아산의 기세는 대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다. 그들은 이번 시즌 동안 이기는 습관을 터득해 올라왔다. 반면, 대구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승강전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다.
2017년 1부 리그 승격 후 대구를 거쳐 간 감독이 몇 명인가. 그럼에도 수비형 전술 일색의 고리를 끊어낸 자가 없었다. 대구는 1부 언저리에 간신히 자리를 잡았고, 잔류냐 강등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박 감독이 대구FC의 새로운 길을 터야 할 때다.
이번 시즌 리그 2위를 차지한 강원FC는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극적으로 잔류한 팀이다. 창단 16년 만에 첫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효설 체육팀장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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