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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빌려달라는데도 안 된다면 '봉기'할 수밖에

2024-11-28

[영남타워] 빌려달라는데도 안 된다면 봉기할 수밖에
진 식 사회부장

대구경북(TK)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구갑) 국회 부의장이 법안을 처음 발의(6월13일)한 지 5개월 만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TK신공항 건설 사업비(11조5천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이다. 대구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사비다. 민간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SPC(특수목적법인)를 구성하려 했지만, 기업들이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그래서 대구시가 직접 공사를 맡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자금이다. 대구시는 중앙 정부에 빌리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당장 신공항을 지을 돈이 없으니 국가로부터 차입해 다 짓고 난 뒤, 후적지(동구 K2 부지) 개발을 통해 남긴 이문으로 빚을 갚겠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안 들어줄 이유가 없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건설비 전액(14조원)을 국가가 부담한다. 하물며 TK신공항은 K2 군사 공항을 옮기는 일이다. 국가안보시설 이전은 엄연히 국가의 몫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구시가 대신 해 주는 격이다. 그런데 그저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달라는데 "안 된다"고 한다면 납득할 수 없다.

만약 정부가 이마저도 싫다고 한다면, 500만 대구시·경북도민들은 '봉기 (蜂起)'할 수밖에 없다.

알다시피 K2 공군기지 이전은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K2에서 훈련을 위해 전투기를 한 번 띄울 때면 인근 주민들은 고막을 찢을 듯한 엄청난 엔진 소음으로 전화 통화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런 기막힌 고통을 수십년간 감내해 오고 있다. 정말이지 이곳에서 살아보지 않는 이상 그 모진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

K2 이전은 TK민들이 뒤통수를 얻어맞고 얻어낸 결과물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민국 제2의 관문 공항을 만들겠다며 '밀양 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저울질하다 난데없이 '김해공항 확장안'을 꺼내 들었고,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결정한 선물과도 같은 사업이다.

기왕에 준 선물이라면 정부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TK의 민심이다. 귀한 장난감을 선물로 받았는데, 조립 비용이 없어 장난감을 되돌려 보낼 순 없지 않나. 선물을 준 측이 조립 비용도 해결해 주는 게 맞지 않겠나.

또 한가지,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우여곡절 끝에 본궤도에 올랐다. 한때 무산 위기도 맞았지만 지금은 행정통합에 대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합의안을 토대로 한 특별법안이 완성된 상태다.

앞으로 대구시·경북도의회의 동의를 구하고 중앙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내달 국회에 발의할 계획으로 'TK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이 특별법은 단순히 행정구역 통합 차원을 넘어 TK 지역의 향후 100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정치적 논리와 주민 동의, 그리고 실행 가능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TK 정치권은 특별법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국회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특별법이 단순히 정치적 성과물로 그칠 게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진 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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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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