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실, 검찰 활동비 등 대폭 삭감에 여야 대치
與 지역상품권 반대 입장도 명확
2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 있다. 이날 기재위는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 관련 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열리지 못했다. 연합뉴스 |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법정 기한(12월2일)을 넘길 전망이다.
여야가 쟁점 예산을 둘러싸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12월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정부안에 대한 감액과 증액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예결위 활동 기한(30일)이 토요일인 만큼 이날이 사실상의 '데드라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즉 예산안 법정 처리 법정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날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해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보류 예산이 산적한 만큼 극적 합의 가능성은 낮다. 그동안 예결소위는 지난 18일부터 2주 가까이 예산안 심사를 진행했지만, 일부 비쟁점 감액 심사를 마쳤을 뿐 쟁점 예산은 무더기로 보류한 바 있다.
대표적 쟁점 예산은 대통령실 관련 예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폭 삭감을 벼르고 있다. 앞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는 야당 주도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천100만원을 전액 삭감했고, 특정업무경비 1억5천만원도 일부 삭감했다. 예결소위에서도 민주당은 삭감을 주장했지만, 정부·여당은 원안 복원을 요청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도 민주당이 삭감을 주장하면서 쟁점사안으로 떠올랐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 특경비(506억9천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를 전액 삭감한 바 있으며,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경찰 특활비 31억6천만원을 전액 삭감하는 예산안을 야권 주도로 통과됐다. 정부 예비비 역시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절반 규모인 2조4천억원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심사가 보류됐다. 이밖에 '대왕고래 프로젝트'(505억원),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416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1천563억원),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1천500억원) 예산도 민주당이 삭감을 요구하면서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반대로 민주당이 정부 원안에 없지만 신설한 2조원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두고는 정부·여당이 증액을 반대하고 있다. 심사 보류된 예산들은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소(小)소위'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예결위 최종 합의가 불발될 경우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감액안 처리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증액 예산안을 포기할 경우 야당 지역구 의원들 역시 지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 대치가 치열한 상황에서 정쟁 대치로 여야 혼란상은 가중되고 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가결된바 있다. 이에 여당과 기획재정부는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 법안이 국회 선진화법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위배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하는 등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세법 개정안 심의를 맡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기재위 전체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정치권은 예산안 처리 시점에 관심이 역대 최장까지도 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법정 기한을 19일 넘겨 12월21일이 돼서야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는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2022년(12월 24일)에 이어 두 번째로 늦은 기록이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