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울진·울릉·성주 지자체장 무소속 승리
이만희·박형수·이상휘·정희용 의원 결국 공천 실패
공천 잡음·보수 표심 분산에 현역 의원 책임론 대두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
6·3 지방선거 결과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경북 청도, 울진, 성주, 울릉지역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을 물리치고 지자체장에 당선됐다. 잇따른 공천 잡음에 실망한 보수 표심이 분산되면서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던 공식이 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을 주도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이만희 의원 지역구인 청도군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김하수 후보는 경선과정은 물론 선거기간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현직 군수인 김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막말·폭언 및 무단침입에서부터 매관매직·사전선거운동·벌꿀 제공·일본 연수에 이르기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급기야 선거 막판인 지난달 말에는 측근 인사가 금품 제공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대형 악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공천 검증 실패'와 '지역 정치 신뢰 붕괴' 문제로 확대됐고, 결국 청도군수 선거는 무소속 박권현 후보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공천을 주도한 이 의원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청도군수 경선과정에서 '논란 후보 공천'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고, 선거기간에는 정당보다 지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봐야 한다는 정서가 형성됐다"며 "청도에서 무소속 돌풍은 당조직보다 지역 민심과 인물 경쟁력이 더 중요했다는 경고이자 지역 보수 정치를 재편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박형수 의원 지역구인 울진군에서도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손병복 후보가 무소속 황이주 후보에게 패하는 결과가 나왔다. 현직 군수인 손 후보 역시 선거기간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단체인 울진 군정감시단은 손 후보를 직권남용과 예산 낭비, 특혜 의혹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특별감사 및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감시단은 △산불복구 조림 사업 △죽변 해안 스카이레일 전동차 발주 △원자력 수소단지 조성 △골프장 장기계약 △육상골재 관리지침 개정 등 손 후보가 군수 재임 시절 군정 전반에 걸쳐 수백억 원대 예산 낭비와 특혜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선거 막판에는 손 후보 측 지지자가 언론사 기자에게 상대 후보 관련 의혹 기사화를 부탁하며 현금을 건넸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이 역시 '부실 공천 검증'과 '군정 신뢰 붕괴' 문제로 확대되면서, 공천을 주도한 박 의원의 책임론으로 번졌다
영덕참여시민연대는 지난 4월 영덕읍 소재 박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복마전식 공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부정과 불법을 걸러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정 인사를 낙점하기 위한 데이터 조작이나 외부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박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이상휘 의원의 지역구인 울릉군에서는 현직인 남한권 군수가 일찌감치 공천을 포기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은 지난 2022년 울릉군수 공천에 탈락한 김병수 전 군수를 이번엔 단수 추천하고 선거에 출마시켰으나 남 군수에게 고배를 마신 것이다.
4년 전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던 후보를 경선조차 없이 단수 추천하면서 공천에 대한 불만은 더욱 커졌고, 경쟁 후보였던 남진복 경북도의원 역시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택, 보수 표심이 세갈래로 나눠지면서 무소속 남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이 의원이 공정한 경선을 통해 당내 결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국민의힘 사무총장인 정희용 의원의 지역구인 성주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근소한 표 차이로 꺾는 이변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은 성주군수 공천을 위해 치열한 당내 경선을 진행했고, 그 결과 경북도의원 3선 출신의 정영길 후보가 최종 발탁되는 등 나름 경쟁이라는 절차를 거쳤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
그러나 치열했던 경선 과정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이 발목을 잡았다. 경선 기간 심화된 후보 간 감정의 골과 당원들 간 계파 갈등이 선거 직전까지 봉합되지 않으면서 현직 군수를 지지했던 견고한 당내 조직과 보수 표심이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이는 정 의원이 성주지역 측근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이 틈을 오랜 기간 바닥 민심을 다져온 성주 부군수 출신의 무소속 전화식 후보가 파고들며 매섭게 치고 올라왔다. 개표 결과 밤새도록 수십 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 끝에 전 후보가 정 후보를 불과 46표차로 누르고 승리하는 극적인 드라마를 완성했다.
국민의힘 경북지역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전 후보는 직전 선거에서 현 군수와 500여표 차로 석패했던 경쟁력 있는 인물"이라며 "경선을 거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수 표심이 분열되면서 준비된 무소속 후보에게 기회의 창이 열렸다. 정희용 의원도 보수 표심 분열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면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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