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비공식 행사 취소 잇따라…“지금은 행동하지 않는 게 최선”
술자리 없는 연말…“과한 발언으로 오해받을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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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변에는 태극기가 설치돼 있으며, 사저를 배경으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영남일보 DB>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로 대구 공직사회에 묵직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고위 공무원들과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연말 모임을 전면 중단하고, 공식·비공식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실상 '금주령'에 준하는 행보다. 조심스러운 기조 속에서 공직사회가 극도로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4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시의 한 사무관은 "지금은 작은 행동 하나도 외부에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기 때문에 고위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해 연말 모임을 전면적으로 자제하고 있다"며 "술자리뿐 아니라 식사 모임조차 삼가하고 각자 업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경제 위기와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연말 행사는 관례처럼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국가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그 후폭풍도 한동안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 반영됐다. 대구 달서구청의 한 6급 공무원은 "작은 행동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예 행동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주위에 팽배하다"고 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심지어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도 자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경직돼 있는 상태"라며 "단순한 사적 모임도 혹시 오해를 불러올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사무실 내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직원들 간 대화나 농담도 많이 줄어들었고, 연말 특유의 들뜬 기운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달성군청의 A 사무관은 "평소에는 직원들과 간단한 회식이라도 하며 사기를 북돋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지나친 친밀함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특히 달성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달성군청 B 사무관은 "전직 대통령 사저가 있는 지역 특성상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단순한 행정 활동조차도 외부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말과 행동도 신중해졌다 "고 전했다.
연말 모임의 핵심인 술자리 자체를 원천 차단하면서 금주 분위기도 지역 관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양상이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술자리가 가지는 특유의 해방감이나 과한 발언 등이 지금 같은 시기에는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긴장감 속에서 공직사회는 연말 행사뿐 아니라 내년 업무 계획 수립과 관련한 공개 행보도 최소화하며 내실을 기하고 있다.
달성군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조직 내 긴장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행정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내년 업무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