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 조명과 풍자 깃발, 집회를 문화로 바꾸다
유머와 창의성으로 더 강해진 시민의 목소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탄핵봉.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촛불 집회 현장에 등장한 다양한 깃발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K팝 응원봉과 LED 조명, 풍자 깃발 등이 곁들여진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퇴진 집회가 촛불의 물결로 상징됐다면, 이번 집회는 시민 개성과 메시지가 담긴 새로운 형태의 문화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7~8일) 대구 범어네거리 등 전국 곳곳에서 열린 집회에는 전통적인 촛불 대신 LED 응원봉, 무드등, 요술봉 등 개성있는 도구들이 등장했다. 시민들의 창의적인 메시지가 돋보였다.
특히 10~20대 젊은 세대들은 아이돌그룹 'NCT'의 직육면체 응원봉, 샤이니와 오마이걸의 다이아몬드와 사슴뿔 모양 응원봉을 들고 나와 자신만의 목소리를 표현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LED 탬버린 같은 저렴한 소품들도 집회에 등장하고 있다.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대학생 천모(23)씨는 "촛불처럼 획일적인 도구 대신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며 "응원봉은 바람에도 꺼지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SNS에선 윤 대통령의 대파 가격 발언을 풍자한 대파를 든 시민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대통령이 농협의 한 하나로마트 방문 당시 언급한 대파 한 단 가격 '875원'과 실제 가격 '5천원'의 격차를 은유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색적 이름의 단체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독창적인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서고 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은 "제발 그냥 누워있게 해줘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활용하고 있다. 유머 코드가 가미된 것.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은 "뭐든 뒤로 미루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메시지로 절박함을 전달했다. '방구석 게임매니아 연합' 소속의 한 참가자는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며 "불안해서 집에서 게임도 못 하겠다"는 메시지를 등에 붙여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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