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
설렘을 안고 맞이했던 청룡의 해가 어느덧 저물어간다. 매월 정기적금을 넣듯 독자 여러분과 만나온 이 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어떤 말로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2024년을 돌아보면, 불확실한 세계 경제 속에서 각 경제주체의 힘겨운 노력이 돋보였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며 내수 회복이 지연되었고, 부동산 경기 부진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문제로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은 더딘 모습이었다. 수출 둔화의 영향으로 2024년 GDP 성장률 전망이 2.2%로 하향 조정된 것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2025년에도 상황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 강화,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국가 간 경쟁 심화 등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2025년 GDP 성장률을 1.9~2.0%로 전망하고 있어,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외 경영환경에서 감지되는 이러한 위기감을 선(先)반영하듯 대기업을 비롯한 국내기업 절반 이상이 '2025년 긴축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때 우리 사회에 크게 회자되었던 유행어 '중꺾마'라는 말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이 문구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다. 최근 더본코리아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백종원 대표는 젊은 시절 17억원의 빚을 극복하고 '장사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는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역사적 업적을 이루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중꺾마' 정신이 아닐까?
한국 경제는 위기 때마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이겨낸 우리의 저력은 이번에도 반드시 빛을 발할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에는 더 큰 기회가 있다. 통합신공항 건설은 지역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선할 것이며, 이는 지역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공항 후적지와 밀리터리 타운 개발은 도시 계획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행정 효율성 제고와 함께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다가올 위기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기회가 된다. 다가오는 한 해가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중꺾마' 정신으로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그럴 만한 저력과 능력이 있다. 중요한 것은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심상사성(心想事成)! 어려울수록 '생각하고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질 것'이란 희망과 믿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란다. 우리가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며 새해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힘차게 나아가길 소망해 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미력한 필력으로 담아낸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지역 대표 금융기관의 CEO로서, 앞으로도 지역경제 위기 극복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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